2024-03-29 11:23 (금)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 원종하
  • 승인 2017.04.19 1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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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종하 인제대 산업융합대학원 의료관광산업학과 주임교수 금연교육연구소 소장
 5ㆍ9 대선이 20여 일 남았다. 짧은 대선인 만큼 하루하루 시간이 갈수록 후보들끼리의 설전이 더 치열해 지고 있다. 후보들은 정해진 날짜가 다가오면서 많은 일정을 소화하려면 육체적으로는 더 피곤해질 것이다. 그러나 환호하는 군중을 만나다 보면 정신적으로는 권력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해질 수 있다. 특히 우호적인 지역을 가거나 지지하는 세력을 만나다 보면 당선이 확실시되는 착시현상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냉정과 열정 사이를 왔다 갔다 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판이 아직도 여러 번 더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국민들이 기대를 가지고 보았던 지난 1차 TV 토론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듯하다. 후보들이 첫선을 보인 지난 1차 토론 때의 관전평은 심상정 후보는 ‘운동권 누나’, 유승민 후보는 ‘교수님’, 안철수 후보는 ‘화난 전교 1등’, 홍준표 후보는 ‘낮술한 시골노인’, 문재인 후보는 ‘목사님’이란 평가를 했다. 이러한 것을 볼 때 시청자 나름의 평가로 그날의 분위기와 느낌들을 교감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결과는 각 후보들이 나타내고 싶어 하는 이미지와는 다를 수 있지만 국민들의 평이니 냉정히 받아들일 필요는 있다.

 조금 염려스러운 것은 1차 토론이 끝난 후 양 강 체제를 구축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의 세 불리기 대결과 서로 간의 감정싸움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두 후보는 공통점 보다는 다른 점이 더 많아 보인다. 대화의 접근방식부터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한 후보는 전형적인 문과의 스타일이라면 한 후보는 이과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질의응답 역시 한 후보는 연역적(演繹的)인 방법을 활용한다면 다른 후보는 귀납적(歸納的)인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스타일이다.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안보와 경제성장 그리고 복지, 교육, 국제정세 등의 난맥을 해결하고 더 나아가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적임자가 누구인가 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기준점은 되지 않을까? 선택은 소중한 투표권을 가진 국민들이 오로지 스스로의 확고한 의지로 판단할 문제이다. 2차 토론은 대본이 없는 스탠딩 방식으로 한다고 하니 어떤 자세로 나올지 기대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온 후보들이니만큼 전 국민이 시청할 TV 토론에서는 품격을 지킨 격조 있는 유어와 품위 있는 단어를 활용해 자기주장과 논리를 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동안 토론의 방식을 놓고도 다투고 선거용 포스터를 두고도 서로 아전인수식의 해석을 하면서 싸우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러한 모습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외면하게 할 뿐 큰 물줄기를 바꾸지는 못할 듯하다. 그러니 잔기술이나 잔꾀로 분위기를 어지럽히기보다는 이념과 지역 세대를 뛰어넘은 대한민국의 미래와 혁신, 그리고 희망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토론하고 그러한 공약으로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내 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하고 상대방 눈의 티끌은 본다는 식의 악순환이 지속된다면 과거의 선거판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상대에 대한 약점보다는 자당의 후보나 후보 개인의 장점을 더 많이 이야기하는 그런 유세와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60년 전의 전설적인 야구 선수 ‘요기 베라’의 어록을 중심으로 야구 인생의 일상사를 그려낸 책이다. 뉴욕 양키즈 포수였던 스타 선수가 해설자로 변신해 그동안의 경험과 철학들을 가지고 해설을 하면서 즐겨 쓰던 스스로의 철학이 담긴 경구이다. 스포츠 중 야구는 9회 말까지 손에 땀을 지게 하는 묘미가 있는 운동이다. 모든 후보들은 9회 말 역전을 기대하며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면 원하는 결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역시 여론전에서는 상대 후보에게 뒤졌지만 투표함을 개봉한 결과 승리했다. 스스로 이길 수 있고 또 역전 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면 후보는 말할 것도 없고 캠프관계자 역시 남은 20여 일은 힘들고 고단한 여정이 될 것이다.

 선거는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정당한 승자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국정운영이 순탄하게 될 것이고, 정정당당한 패자는 선거에서는 졌지만 다음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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