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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에 의수` 민중의 지팡이
`외국인에 의수` 민중의 지팡이
  • 김용구 기자
  • 승인 2017.04.25 2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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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중부 정형기 경사 손목 잃은 고려인 도와 3D 프린터로 직접 제작
▲ 김해중부경찰서 외사계 사무실에서 정형기 경사가 직접 만든 의수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해의 한 공장에서 일하다가 오른손이 잘린 외국인을 위해 의수를 만들어 전달한 마음 따뜻한 경찰관이 있다.

 25일 김해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1월께 우즈벡 출신 고려인 A(41)씨는 지역 한 공장에서 일을 하다 프레스기계 오작동으로 오른쪽 손목 아래가 절단됐다.

 당시 긴급 봉합 수술을 받았지만 잘려나간 부위가 프레스기기에 눌리는 바람에 훼손이 심해 끝내 한쪽 손을 잃고 말았다.

 병원비는 회사 측의 산재처리로 지원받긴 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장애의 몸으로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형편에 최소 수십만원하는 고가의 의수를 구입할 엄두를 내지 못해 식당 등지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어렵게 생계를 이어 나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김해중부경찰서에서 외국인과 관련된 업무를 전담하는 외사계 정형기 경사는 우연한 기회에 A씨의 딱한 사정을 듣고 그를 돕기로 마음 먹었다.

 정 경사는 고심 끝에 3D 프린터기를 이용해 직접 의수를 제작하기로 했다. 의수에 피부와 비슷한 색을 입히는 데는 청년 작가가 도움을 줬다.

 의수 전달은 27일 경찰서에서 한다.

 A씨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에 괴로웠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필리핀어를 구사하는 정 경사는 지난 2012년부터 외사계에 몸담으면서 평소에도 생활이 어려운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도움을 줘 왔다.

 지난해는 러시아 국적 고려인 부모가 한살배기 아이 탈장으로 수술이 시급한 데도 수술비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역 병원과 연계해 무사히 수술을 받도록 도왔다.

 정 경사는 김해중부경철서에서 7년 간 근무를 마치고 다음달이면 고향인 전남지역으로 인사 발령이 날 예정이다.

 그는 "외사업무를 하면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다. 그동안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과 함께 하면서 정들었던 첫 근무지인 김해를 잊지 못할 것 같다"며 발령에 대한 아쉬움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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