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5:20 (금)
대선 이후 국민의 마음
대선 이후 국민의 마음
  • 김혜란
  • 승인 2017.05.03 2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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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 TBN ㆍ창원교통방송 진행자
 대선후보들의 6차 TV토론에서 모 후보가 마지막 인사에서 말실수를 했다. ‘12월 9일 잘 부탁드린다’고. 스쳐도 될 일이었지만, 그 순간부터 대선 이후를 생각하게 됐다.

 올해 우리나라 국민은 왜 장미 대선을 치르게 됐을까. 지난 2012년 12월 19일, 박근혜 후보는 역사상 최초로 51.6%라는 과반수를 넘는 득표율로 1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노태우 대통령은 30%대로, 이명박, 노무현, 김대중, 그리고 김영삼 대통령은 40%대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상 최초로 과반수의 득표율이었다. 박 전 대통령을 향한 국민의 신뢰이자 기대감을 보여 준 수치로도 해석됐다.

 당시 과반수 득표에 표를 던졌던 국민들은 박 전 대통령에게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치적을 기대했던 것 같다. 보고 배운 것을 무시할 수 없다고 여겼다. 순진한 국민들의 염원과 신뢰는 스스로 발등 찍은 신세로 돌아왔다. 믿음과 기대에 대한 결과는 잔인했다. 보고 배운 것이 부친의 치적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국민은 그에 따른 배신감으로, 촛불을 들고 탄핵을 통해 과반수 득표의 믿음을 거둬들였다. 과반수 득표의 대통령은 탄핵됐고, 장미 대선을 치르게 됐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8개월간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에 가장 많이 자리 잡은 감정은 무엇일까. 분노와 경악, 자책에 이은 불신이 깊게 자리 잡았다.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국민의 자책감은 비록 짧은 대선과정이지만, 고질적이었던 지역 구도나 좌우 대립까지도 놓아버리는 모습을 여론조사에서 드러냈다. 여론조사가 전부는 아닐지라도 국민 스스로의 판단 잘못을 반성하고 새로운 길을 찾으려는 노력을 보였다. 남은 선거기간 동안은 여론조사 공표가 불가능하다. 여론조사 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또 한 번 가늠하는 국민만이 대선 이후의 열쇠를 쥘 것이다.

 대선이 끝나고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한다고 모든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지난 8개월 동안 대한민국은 정치와 경제, 외교에 이르기까지 모든 현안이 올 스톱 돼 있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경기가 일부 좋아졌다는 소식도 있지만 냉정하게 보면 대기업의 몫이다. 청년과 서민 일자리와 소비는 여전히 부진하고, 중국의 사드 보복은 이제 시작인 것도 같다. 페인트 모션일 수 있겠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김정은과 대화하겠다고 한다. 향후 한반도의 10년은 좌지우지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이른 장미 대선을 통해 새 리더를 배출할 국민들, 대한민국의 주체인 국민들의 마음 상태이다. 좁혀보자면 스스로 뽑은 리더에 대한 국민의 믿음 문제다. 믿음은 순수하게 무조건 믿어주는 일에서 끝날 수도 있지만, 더 나아가 믿음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신의를 확보해야 한다. 믿기 때문에 뽑았을 거라는 생각은 지난 시절 이야기다. 오랫동안 차악을 뽑아왔다. 신의를 배신당한 국민들은 앞으로는 자신들이 선택한 것이 옳다는 사실에 믿음을 가져야 마음을 놓을 것이다. 시간도 걸리고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새롭게 탄생할 지도자는 국민들이 자신들과의 신의를 저버린 지도자를 어떻게 했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어떤 신의에 대한 배신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신의를 서로 확인한다면 더 강건하게 지켜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국민들의 상처 입은 마음은 치유 받아야 한다. 분노로 상처 입은 채 큰일을 이루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 상처의 치유는 새로운 지도자의 몫이고, 따로 해야 하기보다는 국민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거기에 올바름을 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국민과 지도자 간의 신의를 키우는 일이야말로 국민들의 상처를 낫게 하고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역사는 성공과 실패의 반복적인 연속이다. 개인이건 국가건 실패할 수 있다. 나도 틀리고 상대방도 틀리고, 가끔은 우리 모두 틀릴 수도 있다. ‘다름’이 아니라 ‘틀림’에 관한 것이다. 달라서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틀려서 실패하는 것이겠지만, 중요한 것은, 내 생각이 수많은 사고방식 중 하나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아가야 한다. 늘 정답은 하나라고 배워왔던 우리는 하나의 생각, 즉,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는 쪽으로 빠지는 일을 답습해 왔고, 실패를 되풀이해 왔다. 또 실패할 수 있겠지만 같은 실패는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 역시, 국민과 지도자 사이의 무조건적인 믿음을 넘어 올바른 믿음, 신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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