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구체적 조건과 실행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건강을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평균기대 수명은 82세로 선진국과 비슷하다. 가히 100세 장수시대에 접어든 느낌이다. 그러나 건강수명은 73세로 65세 이상 노인의 25% 정도가 건강하고 나머지 75%는 병치레로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말에 고령사회(노인 인구 14%)가 되고, 오는 2026년이면 초 고령사회(20%)가 돼 노인 인구 1천만 시대를 맞는다. 이처럼 건강하지 않은 노인세대는 각종 노인성 질환인 치매, 당뇨, 고혈압 등으로 고생하고 있다.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행복한 생활은 그림의 떡이다. 자식들과 배우자 가족들로부터 소외돼 불우한 노년을 보내게 된다. 근래 10여 년을 배우자 간병을 하다 지친 나머지 동반자살 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건강한 삶은 젊을 때부터 몸에 맞는 운동과 섭생으로 그 기초를 튼튼히 하지 않으면 나이 들어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힘들다. 현재 우리나라의 치매 환자가 61만 명인데 오는 2025년이 되면 100만 명으로 늘어 날것이라고 한다. (노인 인구의 10%).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이라는 옛날 초등학교 시절의 표어가 새삼 새롭게 느껴진다. 건강한 삶은 행복한 삶의 첫걸음이다.
다음은 경제문제이다. 청년 백수 100만 시대를 맞아 젊은 세대의 빈곤화와 함께 은퇴세대의 파산도 4명 중 1명으로 늘어나는 추세이다. 노후 준비가 덜 된 5060 세대의 파산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그래도 근로 능력이 있어서 부채나 생활비 조달이 가능하지만 근로 능력을 상실한 노인세대는 속수무책이다. 우리나라 노인의 빈곤율은 49.6%로 OECD 국가 중 1위(평균 12.6%)이다. 일에서 손을 떼야 할 노인취업자 수는 30만 명으로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들의 월 평균수입은 122만 8천원으로 일반 근로자의 40%(320만 원) 미만 수준이다. 물론 88만 원 청년 알바세대에 비교한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끝으로 자식, 부부, 가족 문제이다. 자식들과의 동거는 이제 옛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부모봉양은 의무사항이 아니라 선택 사항이 됐다. 그런데 문제는 청년실업의 심화로 나이든 미혼 자식들을 역으로 돌봐야 할 노인세대들의 늘고 있어 문제다. 부부관계는 어떠한가. 이혼율이 30%를 넘어서고 그중 황혼이혼이 젊은 층의 이혼율을 앞질러 3배나 증가하고 있다. 황혼이혼에 이어 요즘 법적 결혼 상태는 유지한 채 별거하는 졸혼이 유행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사후이혼(죽은 남편과의 이혼)도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결혼서약은 이제 전설로만 남았다. 자식과 부모, 부부관계에 대한 시니컬한 유머들이 난무하는 세상에 과연 행복한 삶은 실현 불가능한 일인가. 얼마 전 신문에 64년 만에 첫사랑의 꿈을 이룬 노부부의 이야기가 새삼 가슴에 와 닿았다. 80대 치매 남편의 성탄절에 난생처음 트리에 단 방울에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글을 적어 놓아 눈물을 쏟았다는 감동기사도 읽었다. 어느 행복 전도사 부부가 행복이란 양치질 하듯 하루 세 번 가꾸는 것이라고 했다. 철학가이자 수필가인 김형석 교수(97세)는 인생의 최절정기는 60세~ 75세 때라고 하면서 늦었다고 사랑을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이제 우리는 성장시대를 넘어 행복시대로 우리의 삶을 바꿀 시대가 됐다. 행복하다고 말하기, 칭찬하기, 요리 배우기, 자원봉사와 기부하기, 문화 스포츠 등 취미 생활하기,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기, 10~20년 뒤 자신의 모습 그려보기 등 작지만 행복 가꾸기 연습을 실천해야겠다. 돈과 권력(명예)은 일시적 착시현상일 뿐 궁극적인 행복의 조건은 아니다. 자신만이 꿈꾸는 세상.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하는 삶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