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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복과 공무원의 차이
공복과 공무원의 차이
  • 이광수
  • 승인 2017.05.09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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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 소설가
 공무원의 정의는 국가 또는 지방공공단체의 사무를 보는 사람이다. 그래서 공무원을 공복(公僕)이라 부른다. 그러나 그건 개념상 그렇다는 것이고 이젠 공공역무를 담당하는 월급쟁이로 변했다. 공무원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국민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고 봉사하는 직업이 아니라 편안하게 안정된 노후를 보장받는 인기직업으로 변해버렸다. 노조가 결성됐고 특별권력관계도 이제 지난날의 공직개념일 뿐이다. 그러나 공직은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급료를 받기 때문에 단순한 월급쟁이가 아니다. 공공기관은 수익을 창출하는 영리 기관이 아니라 비영리 조직이다. 그래서 공무원의 윤리강령은 엄격하다. 청렴과 정직, 국민에 대한 절대 봉사자로서 국가에 대한 충성 등 공직에 첫 부임하는 날 공무원 선서를 한다.

 지난날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던 공직사회도 시대 변천에 따라 많이 변했다. 부정부패의 온상처럼 여겨졌던 세무서와 경찰서는 천지개벽의 대혁신을 했다. 요즘 세무서를 찾으면 담당 부서 안내는 물론 소득세 신고 기간에는 주차안내까지 할 정도로 서비스의 질이 좋아졌고 세무신고도 거의 전자통신으로 대체해 처리한다. 또한 권력기관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살 정도로 비리의 온상이었던 경찰은 이제 진정한 민주 경찰로 거듭났다. 온갖 사건처리도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할 뿐만 아니라 위압적인 조직의 분위기도 사라져 국민에게 다가가는 민중의 지팡이로 변했다. 인권을 중시한 나머지 오히려 공권력이 외국(미국)에 비해 약화된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예전엔 기피했던 경찰공무원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법원 등기소는 어떤가. 예전의 법원 등기소는 비리의 온상이었다. 등기부 등본 한 통 발급받으려면 오전에 신청하면 오후에, 오후에 신청하면 다음 날 발급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사법서사를 통해 급행료 얼마만 쥐어주면 당장 발급됐다. 그러나 이젠 전산화 덕분이기도 하지만 3분 이내에 발급된다. 이 역시 천지개벽한 혁신이다. 소방서도 마찬가지다. 실화책임과 소방단속을 두고 비리가 만연했다. 그러나 지금은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사랑받는 국민의 안전 지킴이로 거듭났다. 일반 행정도 한때 그랬다. 역대 정부가 새로 들어설 때마다 서정쇄신의 칼바람이 불었다. 민원실의 급행료 관행도, 민원사무의 고의지연도 사라졌다. 시민을 찾아가는 봉사하는 행정을 위해 뼈를 깎는 조직혁신을 한 결과 행정이 맑아졌다는 칭찬을 들었다.

 그러나 지난 1995년 민선 자치시대가 도래하면서 도로아미타불이 된 느낌이다. 각종 인사 비리는 겉으로는 표가 나지 않지만 세칭 3천사, 5천사가 공공연한 사실로 떠돌 만큼 속으로 곪아있다고 한다. 이는 퇴직한 공직 후배들의 증언이다. 시의원의 인사개입과 선거캠프의 낙하산 인사도 문제다. 각종 공공기관 산하 임원 보직은 그들 선거 공신의 자리가 된 지 오래다. 공개 모집은 허울에 불과하고 멋모르고 응모했다간 들러리만 설 뿐이다. 형식만 공모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다.

 행정서비스는 어떤가. 예전에 비해 공무원 수는 배로 늘었지만 현장엔 공무원이 없다. 각종 복지 등 민원이 제대로 되는지 의문스럽다. 얼마 전 지인이 노인 기초연금을 받다가 2년 전에 지급이 중지됐는데 그때는 암말 안 하다가 1년이 지난 올해 환수한다는 통지가 왔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그 당시 신청도 동에서 하라고 해서 했고 심사결과 대상이 돼서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새삼 환수라니 화가 치밀어 행정심판과 소송을 제기하려다 다들 아는 공직자들이라 포기했지만 분기탱천해 있었다.

 사실 나 역시 수십 년간 공직에 재직한 사람으로서 느낀 점은 요즘 공직자들이 무사안일의 매너리즘에 빠져있다는 느낌이 든다. 모두 책상머리에 앉아 컴퓨터만 두들기고(결제도 전자결제) 현장에 나가지 않는 것 같다. 차를 타고 시가지를 돌아보면 눈에 훤히 보인다. 한 가지 예로 시청에서 불법 주정차단속 현수막을 광고물 지정 게시대가 아닌 가로수에 걸쳐서 게시해 놓고 불법 주정차단속을 경고하는 것을 보면 말문이 막힌다. 자가당착도 유분수다. 요즘 9급 공무원시험이 상종가를 치니 공직자들의 목이 나리(?) 자만심으로 뻣뻣해진 건 아닌지 모르겠다.

 공직은 그냥 일반 직업이 아니라 공복이다. 공무원이라는 표면적 의미의 직업이 아니라 국민의 혈세 즉, 국록을 먹고 사는 국민에 대한 무한정의 봉사자란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치 불신이 극에 달한 만큼 국민으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공무원은 공복으로서의 자세를 굳게 지키며 좌고우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소신과 사명감 없는 공직자는 존재할 이유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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