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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국정 운영 성공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 운영 성공 바란다
  • 경남매일
  • 승인 2017.05.09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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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5년 동안 국민 통합을 이끌 19대 대통령이 탄생했다. 대통령 리더십 공백이 있은 지 153일 만이다. 지난해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이후 대한민국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정을 맡았다. 지금까지 비상체제로 국가가 운영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탄핵 분열 속에 출범하는 정부를 이끌기 때문에 통합을 우선해야 한다. 촛불을 태우며 이어온 시민 혁명은 완성이 되지 않았다. 적폐를 청산하고 패권을 없애야 촛불의 바른 뜻이 이뤄진다. 이번 대선을 지역별 몰아주기 현상이 없어지고 이념적 대결도 다소 수그러들었다. 예전 여당과 야당이 내세운 후보가 격돌하던 선거와 달리 이번에는 주요 후보 5명이 맞붙어 나름 맞춤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표심을 제대로 읽어 이념의 틀을 넘어 분열을 봉합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우리나라는 엄청난 국정 환란과 국민 간 갈등을 겪었다. 안보가 바람 앞에 등불처럼 흔들리는 속에서도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충돌했다. 대선 기간 후보끼리 적대시하며 갈등을 키워 저 사람 가운데 한 명에게 국가 경영을 맡겨도 될 런지에 의문을 달았다. 선거는 끝났고 문 대통령은 모든 분열과 갈등을 끝내는 역할을 맡았다. 대외적으로 추락한 국격을 끌어올려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위기를 지혜롭게 해결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행여 표를 의식해 안보 위기에 합당한 대안을 내지 못했다면 머리 숙여 국민에게 사죄를 구하고 안보 최우선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불행한 대통령을 지켜봤다. 더 이상 실패한 대통령 나와서는 안 된다. 오늘 10일 바로 출범한 새 정부는 먼저 인사에서 감동을 줘야 한다. 자기 사람만 내세워 국정을 운영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탕평 인사를 내세워 다양한 인물이 국정 운영에 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과의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새 정부의 겸손과 협치 없이는 예전에 봤던 정부ㆍ야당 대립 관계가 그려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다시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탁 열린 마음자세를 가져야 한다. 야당 대표를 수시로 만나고 비선을 활용하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 탄핵은 우리 정치 현대사의 가장 아픈 대목이다. 아픈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 이 잊지 못할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지 못하면 더 통탄할 일이다. 순자(荀子)에 나오는 사자성어인 ‘군주민수(君舟民水)’를 풀면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전복시킬 수도 있다’로 마음에 담을 수 있다.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에서 이 말이 모든 국민의 가슴에 와 닿았다. 천리(天理)를 거스르면 망한다는 말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통한다. 지혜로운 통치자는 선대의 통치자를 보고 배운다. 새 대통령은 뼛속까지 내려가 교훈들을 새기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지난 촛불집회 때 많은 사람의 입에서 ‘이게 나라냐’라는 푸념이 넘쳐났다.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보고 많은 국민들이 피눈물을 흘렸다. 나라의 경영을 대통령이 아닌 배후에 숨은 그림자 같은 존재가 했다는데 자괴감이 하늘을 찔렀다. 국민의 소중한 표를 얻어 당선된 문 대통령은 ‘이게 진정한 나라다’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 다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제1조를 회복시켜야 한다. 사사로운 일에 매이면 대의를 거르친다. 새 대통령은 오직 큰 길을 바라보고 걸어야 한다. 곁길에서 유혹하는 모든 손길을 과감하게 끊을 수 있어야 한다.

 권력은 달이 차고 기우는 모습과 같다. 권력은 보름달같이 환하게 밝다가 기울어져 사그라진다. 새 대통령은 권력의 속성을 제대로 알아야 실패하지 않는다.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다’는 권력의 속성을 알 뿐 아니라 매일 마음에 새기는 게 지혜다. 보름달이 비추면 세상천지를 다 담을 듯해도, 시간이 지나면 그 밝기가 약해져 구석구석을 다 볼 수 없다. 권력을 영원하지 않고 생각보다 짧다. 길지 않은 재임 기간에 국정에만 전념해야지 다른 데 눈을 돌리다가는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섣달그믐’을 맞이할 공산이 크다. 새 대통령은 권력을 잘 사용하되 휘두르면 안 된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열두 번째 대통령이다. 지금까지 재임한 대통령 열한 명을 떠올리면 우리에게 자부심을 주는 대통령을 손꼽기 힘들다. 문 대통령은 오늘 업무를 시작하면서 퇴임할 5년 후를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시작 때보다 끝날 때 더 큰 박수를 받은 대통령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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