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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民館(여민관)
與民館(여민관)
  • 송종복
  • 승인 2017.05.17 2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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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ㆍ(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
  與:여-더불어 民:민-백성 館:관-관청

 노무현 정부가 만든 여민관은 ‘국민들과 함께 한다’는 뜻인데,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을 위한다’는 뜻에서 위민관으로 바꿨다. 문재인 정부께서 다시 여민관으로 명칭을 바꿨다.

 조선 시대 아악의 일종인 여민락(與民樂), 여민동락(與民同樂), 여민해락(與民偕樂)을 ‘백성과 더불어’ 즐긴다는 뜻으로 보아, 이를 대궐에 원용해 여민관을 지었다. 중국 <맹자(孟子)>에 여민동락(與民同樂)이 나온다. ‘혼자서 음악을 즐기는 것과 다 함께 음악을 즐기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즐겁겠는가?’ 다 함께 즐기는 것과 같지는 못하다(獨樂樂 與人樂樂執樂, 曰不若與人). 이제 왕께서 백성들과 즐거움을 함께하면 정말 참다운 왕 노릇을 하실 수 있을 것이다(今王與百姓同樂則王矣)한데서 ‘여민락’이 등장했고, 이를 원용해 대궐에 ‘여민관’을 지었을 것이다.

 청와대 본관에서 500m 거리에 3개 동이 있다. 한 동은 비서실, 한 동은 안보실, 또 한 동은 사무실이다. 이 사무실을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여민관(與民館)’이라 불렸으나,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위민관(爲民館)으로 바꿨다. 이번 문재인 정부는 다시 ‘여민관(與民館)’으로 개칭했다. 이유는 세종 때 여민고락(與民苦樂)에서 따온 국민과 애환(哀歡)을 함께 하는 곳이란 뜻에서 따온 것이다. 따라서 위민관의 ‘위민(爲民)은 백성을 위한다’는 뜻이고, 여민관의 ‘여민(與民)’은 백성과 함께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위민은 청와대가 갑이 되고 백성이 을이 된다는 뜻이고, 여민관은 청와대와 백성이 다 같이 갑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갑대갑(甲對甲)으로 해석해 본다. 또 다른 의미는 지난 2015년 12월 ‘새정치민주연합’이 당명을 ‘더불어민주당(與 民主黨)’으로 바꾸면서 ‘여당이 된다’는 의미에서 ‘더불어 여(與)’와 ‘민주당’을 합명해 ‘與民主黨’이 오늘날 여민관(與民館)으로 됐다 본다.

 지난 2015년 8월에 경북도청이 상주로 옮기면서 도의회도 옮겼다. 이때 의회의 명칭을 ‘도민을 하늘처럼 섬기고, 도민과 동고동락하겠다’는 뜻으로 ‘여민관’이란 현판을 붙였다. 그러면 경북도의회와 청와대의 건물이 똑같이 여민관이 돼 우리나라에 두 개의 관청이 생긴 꼴이다. 경북도의회에서 지난해 9월에 특허청에 ‘여민관’이라고 등록을 마쳤다. 상표법에 의하면 청와대 여민관은 명칭도용이다.

 그런데 경북도의회가 ‘사기업의 영리 목적이 아니라 정부 기관의 공익목적에 쓴데 이의를 하지 않는다’고 해 말썽은 끝났다. 앞으로 문제가 생긴다. ‘네비’에 ‘여민관’을 검색하면 두 군데가 나올 것이고, 앞으로 지방단체에서 쓰는 명칭을 중앙에서 빼앗아 쓸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럼 지방분권화가 무색할 정도다. 따라서 영리 목적이 아니라도 특허청에 등록한 명칭은 함부로 쓰지 못하는 제도가 아쉽다. 역으로 설하면 지방의 관가도 중앙의 청와대, 대한문, 춘추관, 국정원 등 명칭을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결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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