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 8주기 부활 봉하 축제 분위기 뇌물혐의로 재판 피고인 신세 전락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지 꼭 2주만인 23일, 노무현ㆍ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운명은 엇갈렸다. 노 전 대통령의 ‘버림의 영광’과 박 전 대통령의 ‘버팀의 치욕’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날이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이 열린 이날 김해 봉하마을은 ‘노무현 적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신분으로 추도식장을 찾는 등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봉하마을은 9년 만의 정권 탈환에 성공한 문 대통령의 ‘당선 신고식’을 하는 희열에 벅찬 장이었으며 노 전 대통령의 부활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묘역 옆 들판과 마을 곳곳엔 수많은 추모 인파 열기로 가득했으며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색깔인 노란색 물결로 넘쳤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박 전 대통령은 뇌물혐의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피고인 신세로 전락했다. 수갑을 찬 박 전 대통령 모습을 TV로 본 국민들의 입엔 탄식이 흘러나왔다.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고 사과하는 것이 순리다”라는 쓴소리도 터져 나왔다.
이들 두 전직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받았다는 공통점도 있지만 결과는 너무 달랐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5월 13일 탄핵 기각으로 대통령직에 복귀한 반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10일 탄핵 인용으로 최고의 권좌에서 물러나는 아픔을 겪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을 버림으로써 비상했으며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을 지키려 하다 추락한 셈이 됐다.
전직 대통령의 두 모습을 본 도민들은 “권력자일수록 비움의 미학을 실천하려는 자세가 요구된다”며 “불행한 대통령이 더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2ㆍ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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