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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자리 선생님 자리
부모 자리 선생님 자리
  • 경남매일
  • 승인 2017.05.2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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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갑 (사)지효청소년인성교육원 이사장ㆍ전 경남도의원ㆍ심리학박사
 시인 노천명은 ‘푸른 오월’이라는 시에서 오월의 풀 내음은 꽃보다 더 향기롭다고 표현했다. 이렇듯 오월은 눈이 부시게 신록이 아름다운 계절이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유난히 많이 챙겨야 할 가정과 교육의 달이기도 하다.

 어린이날을 맞은 자녀들에게 부모로서 선물을 안겨주고, 어버이날에 부모로서 카네이션 꽃을 받고, 스승의 날에 선생님으로서 학생들로부터 사랑의 꽃을 받게 된다. 아울러 자녀들을 어른으로 대접하는 의례를 치르는 성년의 날과 부부 간의 믿음과 사랑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부부의 날이 있기도 하다.

 숱한 기념일들이 들어 있는 이 오월이 떠나가려는 시기에 특히 부모 자리와 선생님의 자리라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가정과 학교가 한 인간을 성숙한 인격체로 키워가는 가장 기초적인 터전이고, 부모와 선생님이 그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소중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간간이 접하는 고전(古典)들에서 자식의 올바른 인격적 성장과 행동발달을 걱정하면서 자녀들에게 부모로서 일러줬던 엄격한 훈도(訓導)의 글을 보게 된다. 자식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스스로를 질책하고 세상을 등지기까지 했던 선인들의 실제 사례를 보면서 옷깃이 여며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지하철이나 음식점 등의 공공의 장소에서 자기 자식이 명백하게 남을 불편하게 하고 피해를 끼치고 있음에도 나무라지도 않고, 심지어는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당당하게 대응하는 일부 젊은 부모들을 심심찮게 보게 되는 것이 오늘날의 우리 현실이다. 이런 엄청난 교육적 가치관과 훈육 방식의 차이는 어떻게 해서 생겨난 것이며, 또 어떤 것이 시대에 적합하고 올바른 것인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지식이나 개인적 능력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을 따뜻하게 배려하고 감싸 안을 줄 아는 인간성이 더 소중함을 가르쳐야 하는 선생님들의 고민과 모순도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닐 것이다.

 이른바 전인교육(全人敎育)을 정책이나 구호로는 강조하지만, 교육현장에서 결코 실천적으로는 추구되지 못하는 우리 교육의 모순을 선생님들이 전부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겁고 버거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교육문제의 책임이 우선적으로 일선의 교육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우리의 교육 현실이기도 하다.

 청소년들과의 상담을 통해 부모나 교사들이 자녀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어른들 스스로는 의식하지 못하는 말과 행동의 모순을 매섭게 비판하면서, 부모나 교사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들을 뚜렷하게 느끼고 있다.

 청소년들의 거침없는 비판을 접하면서 부모와 선생님의 자리가 얼마나 힘든가를 실감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들이 커가면서 부모나 선생님들에 대한 기대가 깨지고 실망했을 때 필연적으로 가지게 됐을 일종의 배신감을 이해하게 된다.

 따라서 교육적으로 너무 거창하고 많은 것을 이루려고 하기보다는, 어른들 스스로가 일상생활 속에서 말과 행동의 모순을 아이들에게 보이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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