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4:50 (금)
피해자와 연결, 경찰서가 다가갑니다
피해자와 연결, 경찰서가 다가갑니다
  • 이동화
  • 승인 2017.05.25 2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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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화 김해서부경찰서 순경
 김해서부경찰서는 지난 17일 범죄피해자지원협의회를 설립했다. 지원협의회의 주요 목적은 보호, 케어, 심리상담 등이다.

 고통은 아무리 적은 것이라 해도 타인과 함께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사람에게 고립감을 줄 수가 있다. 이것은 범죄피해자들에게 더욱 절실한 문제이므로 피해자들 사이를 연결시켜주려는 공공기관의 노력은 중요하다. 피해자에게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피해의 심각성 그 자체보다 사건 이후의 고립감이기 때문이다.

 김해서부경찰서의 전 직원들은 피해자 치유를 위해 모든 지식과 경험의 원천을 쏟아붓고 있다. APO 제도, 무계동 범죄 안심 골목길 조성, 피해자 홈케어 서비스와 같은 공적으로 제도화된 노력도 있다. 이외에도 민생을 피부로 접하는 경찰관들이 최초 범죄현장 단계부터 경청을 통해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피해자의 언어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경청과 수용은 무척 중요하다. 그것이 피해기억에 대한 과도한 확대해석을 막게 해서 자신의 범죄피해를 자살 등의 반사회적 표현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회복 가능한 경험으로 바라보는 시야를 얻게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범죄 피해자 지원협의회가 피해자에게 모든 삶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경찰관의 경청은 보조의 역할만을 해줄 수 있을 뿐, 진정한 극복을 위해서는 피해자 자신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과거를 애도하는 것, 끔찍한 범죄를 경험했던 기억을 보다 관대하게 받아들여 자신의 삶에 통합시키는 것, 미래를 생성하는 새로운 신념을 세우는 작업은 모두 피해자가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해나가야 할 몫이다.

 시간은 앞으로만 흘러간다. 이 때문에 변함없는 모습이란 없다. 에밀 라캉(lacan)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우리의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의 모습이며 인간 존재의 본질을 ‘시간성’으로 표현했다. 그러므로 모든 피해자들이 김해서부경찰서의 노력과 함께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존엄하고 따뜻한 시민의 모습으로 승화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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