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6:16 (토)
목소리를 낮춰라!
목소리를 낮춰라!
  • 신은희
  • 승인 2017.05.25 2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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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희 경영학박사ㆍ인경연구소장ㆍ기업컨설턴트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고 한다. 그래서 원하는 것을 선점하고 얻기 위해서 목소리를 키우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처음부터 존재감을 확실하게 인식시키려고 일단 소리부터 크게 질러놓고 시작하거나 부풀려 과장하며 더 많은 사람을 모으거나 강력한 수단을 활용한다. 심지어 거짓말로 허위사실을 만들어내 이른바 가짜뉴스(Fake news)를 유포하는 비윤리적이고 부도덕한 형태의 큰 목소리까지도 동원된다. 아무리 절실해도 목소리가 작거나 낮으면 무시당하기 쉬워 관심에서조차 멀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요즈음은 개인이나 조직, 단체는 물론 국가 간에도 서로 목소리를 높여 자신의 입장이 옳다고 주장하며 부르짖는다. 상대를 향해 한껏 키운 목소리는 일촉즉발의 위험수위 상황에까지 다다르기도 한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나 속해있는 집단에 따라 여기저기서 막무가내로 고성이 오가고, 치킨게임으로 내달아 심각한 폭력이나 소모적 논쟁, 법률적 소송으로 이어지며 국가 간에는 전쟁으로 귀중한 생명을 잃고, 엄청난 재산을 잿더미에 묻기도 한다. 크게 잃고, 작게 얻는 경우가 다반사다. 과연 이긴 것일까?

 왜 그토록 목소리를 높이고 키워오게 됐을까? 그것은 그래야만 주도권을 잡아 상대를 제압하기 쉽고, 먼저 한 수 얻고 들어간다고 믿거나, 이미 다 기울어진 상황을 역전시키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하니 습관처럼 키워온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높고 큰 목소리들이 늘어나면 서로 뒤섞여 소음처럼 전락해버리거나, 무엇이 중요한지 도대체 구분이 안 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작고 낮은 목소리는 아예 존재감을 얻기조차 어렵다. 거기에도 간절한 소망이나 더 다급하고 우선시돼야 할 사항이 담겨 있을 수도 있는데,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렇다 보니, 목소리의 크기가 미미해 주목받지 못했던 사람이나 단체에서도 이제는 목소리를 키울 때가 됐다고 한다. 그저 참는 것이 미덕이라 여기고, 괜히 목소리를 내는 것이 낭비거나 자칫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는 우려로 조용히 참아왔으나, 정당한 권리를 빼앗기고, 피해를 입었다면 차라리 소리라도 한 번 속 시원히 질러보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에 용기를 낸다. 또 어설프게 냈던 목소리 때문에 결정적인 아쉬움이 있다면 다음번에는 더 크고 강한 목소리를 만들어내고야 만다. 그야말로 ‘목소리 베틀(Battle)’, 전쟁이 되는 이유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그 큰 목소리들에 귀가 아프며, 심신이 지쳐있다. 정말 질리고 차라리 귀를 닫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리고 작고 낮은 목소리로도 이길 수 있다면, 제발 그렇게 하고 싶다. 그 잔잔한 목소리로도 감동을 주고, 상대를 설득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무엇보다도 지금 우리는 그 작고 낮은 목소리가 사뭇 그립기도 하다. 딱딱하고 거친 것보다는 매끄럽고 부드러운 것에 마음이 더 쉽게 열리고 움직이지 않는가?

 그렇다면 작고 낮은 목소리로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의외로 간단한 의식의 전환으로 시작될 수 있다. 우선 무조건 목소리가 커야 이긴다는 편견부터 버리자. 강조하거나 주목받기 위한 스피치 전략에도 목소리 톤을 높이고 크게 힘주게도 하지만, 그 반대였을 때 오히려 더 주의를 환기시키고, 관심과 집중을 불러일으켜 성공적인 효과를 얻는 기법이 있다. 먼저 ‘나’부터 목소리를 낮추고, 상대방의 작은 목소리도 경청해보자. “네가 낮추면 나도 낮출게”로는 아무 대책이 없다. 먼저 상대의 진심 어린 눈빛이나 표정에 담겨 있는 호소력 있는 작은 목소리도 외면하지 말고 귀를 열어 듣고, 공감의 자세와 설득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 결정권자는 거기에 담긴 염원을 무시하거나 배제해서는 안 되며 무엇이 필요한지 헤아리고,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줘서 결과에 반영해야 한다. 세상은 ‘나’와 ‘너’가 함께 있는 ‘우리’가 같이 살아가고 있으므로 서로 양보하고 타협해야만 공존이 가능하다. 이제 나부터 목소리를 낮추자!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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