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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페서의 정책실험 삼가야
폴리페서의 정책실험 삼가야
  • 이태균
  • 승인 2017.05.28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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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균 칼럼니스트
 문재인 정부가 출발하면서 새로 임명되는 청와대와 국무위원 중에는 교수 출신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지난 정부 때 삼사 즉, 육사, 판검사와 박사 출신 인사들이 정부의 요직을 차지하는 것을 두고 야당과 매스컴은 삼사 정부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사를 두고 힐난했었다.

 그런데 새 정부에서는 유난히도 폴리페서들이 청와대와 정부 요직에 많이 임명되고 있어 과연 그들의 학문적 업적과 이론이 현실 정책에서 얼마나 먹혀들지를 두고 논란이 있다. 자칫 탁상공론으로 문재인 정부에 패착을 초래할 수 있는 불확실성도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검증된 인사들을 임명하는 게 낫지 않을까. 문재인 정부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으로 인해 정부인수 절차와 시간도 없이 당선되는 시간부터 즉시 국정 운영을 책임지고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순조로운 새 정부의 운항을 위해서도 경륜과 참신성과 도덕성을 고루 갖춘 흠집 없는 인사를 국무위원으로 지명함으로써 혹여라도 국회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 국정 공백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 대상은 아니지만 대표적으로 법학자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립을 두고 현실의 벽을 어떻게 뛰어넘어 국민으로부터 박수를 받을지가 관심사다. 잘 알려진 대로 조 수석은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진보적인 학자로서 학문연구에는 업적도 남기면서 진보 야당에 많은 힘을 보태온 대표적인 진보 교수였는데, 그동안 그는 현실정치를 많이 비판하면서도 현실정치에는 직접 뛰어들지 않았지만 이번에 청와대 민정수석을 맡으면서 결국 폴리페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말았다. 교수라고 대학에서 학문만 연구하고 학생만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볼 때 학자가 현실정치에 몸담아 성공한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부디 조 민정수석은 교수로서 이룬 학문적 성취와 명예를 현실정치에 참여해 잃지 말기 기대한다.

 문 대통령이 최순실과 박근혜 게이트 수사팀장인 윤석열 고검검사를 다섯 단계나 승급을 하면서 서울중앙지검장에 승진 임명하는 파격적인 검찰 인사 속에 검찰은 멘붕상태가 아닐까. 이러한 깜짝 놀랄만한 검찰 인사는 새 정부가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립에 얼마나 목을 매고 있는가를 측정할 수 있는 증표다. 물론 그동안 검찰의 기소독점, 영장청구와 수사지휘권을 두고 검찰과 경찰의 세력다툼이 많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 솔직히 말하면 양대 수사기관의 밥그릇 싸움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국회에서 입법지원이 안되고 검찰의 기득권 지키기가 너무 강해 개선안은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 과연 조국 민정수석이 문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검찰개혁에 어떠한 성과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새 정부에서 또 하나 주목할만한 인사는 대통령의 통일, 외교, 안보 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된 문정인 특보다. 그는 너무 급진적인 남북관계 발언 경력이 많아 보수 측으로부터 안보관에 의문을 초래한 폴리페서중의 한사람이다. 그가 이번에도 특보에 임명된 후 청와대, 통일부, 외교부와 조율 없이 사견으로 ‘남북관계를 새롭게 끌고 가기 위해 5ㆍ24 조치의 제약을 인식하고 이를 전향적으로 풀어갈 필요가 있다’고 밝힌 후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일방적인 사견이 알려진 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으로부터 강력한 비난은 물론 특히 5ㆍ24 천안함 폭침의 직접 피해당사자인 병사들도 분명한 반대의견을 나타내면서 최근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계속함에도 나온 발언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바로 이러한 폴리페서들과 진보학자들이 청와대와 정부의 통일안보 분야를 담당하다 보면 보편 타당성이 결여된 자신의 이념에 기초해 정책실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문 대통령이 명심해야 한다.

 인사기준과 검증도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벌써 총리와 외교장관 후보자 그리고 공정거래위원장 등 3명이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공직 후보 부적격 조건으로 강력히 주장했던 위장 전입 문제가 불거졌다. 특히 청와대가 사전 검증에서 총리와 공정거래위원장의 위장 전입 사실은 몰랐다는 후문이다. 급하면 둘러가라고 했다. 국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무위원 후보자를 속히 지명하는 것도 좋지만 사전 검증은 철저해야 할 것이다.

 폴리페서 출신 장관이나 청와대 참모는 학문적 이론이야 잘못을 발견하면 바로 수정하면 되지만 현실정치에서 국무위원이나 청와대 고위 참모로서 정책실험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만약 정책이 실패하면 국가와 우리 국민은 되돌릴 수 없는 막대한 피해와 사회 혼란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 정부에서 청와대 참모나 정부에 입각하는 국무위원들은 검증과 조율되지 않은 사견을 함부로 발설해 정책에 대한 신뢰상실과 국민에게 불안감을 조성해서는 안 된다. 청와대 참모와 국무위원들은 보편 타당성이 결여된 인기영합적인 정책발표와 시행은 포플리즘으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어렵게 만든다는 사실을 유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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