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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여성복지회관 35년의 발자취
김해여성복지회관 35년의 발자취
  • 김은아
  • 승인 2017.05.29 2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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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아 김해여성복지회관 평생교육원장
 1975년 8월 김해에서 뜻있는 여성들이 모여 원불교 교당 한편에 작은 부녀상담소를 설치했다. 43년 전 변진수ㆍ박복희ㆍ차현덕ㆍ최차금ㆍ김태연ㆍ노차남 등 여섯 분이 김해여성복지회를 창립했다. 한 집안의 며느리이고, 아내이며, 어머니로 살 수도 있었지만 불우한 이웃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모여 미혼모와 가난한 여성들을 돕기 시작했다. 경제적, 육체적, 시간적 희생이 있었지만 그 속에서 보람과 행복을 느끼며 구체적인 봉사의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고민이 계기가 돼 김해 여성들을 위한 전용 공간과 여성 사회봉사를 위한 활동의 구심점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힘을 모아 지난 1982년 5월, 지금의 자리에 김해여성복지회관을 개소했다. 회원들이 모은 5천만 원과 국비 지원 5천만 원, 시비 2천만 원이 재원이 됐다. 그 당시에는 거금이었을 그 돈을 가지고 여성들이 모여 배우고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좋아서 쌈짓돈을 꺼내고 심신의 정신을 다 했다. 물론 그곳에는 지역 유지들의 넉넉한 후원도 함께 했음은 당연한 일이다.

 회관 창립 35주년 행사를 지난주에 가지며 그동안의 선배님들의 발자취를 뒤돌아보게 된다. 1983년부터 7년간 2천만이 넘는 장학금이 지역사회 청소년들에게 지급됐고, 지금의 실버대학이 할머니학교라는 이름으로 개강했다. 90년에는 한글학교가 개설돼 나이를 불문하고 많은 여성들이 한글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 여름 공부방을 개설해 학생들을 보살폈으며 문화사업으로 서예 교실, 민화 교실, 뜨개질 강습 등을 운영했으며, 가정법률 상담소를 개소해 힘없는 사람들의 큰 버팀목이 돼 주기도 했다. 지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허황옥실버문화축제를 개설했고, 2016년 부활해 여성 노인들의 주체적인 문화 공연을 진행했다. 총체극 ‘가야 여왕 허황옥’, 여성실버합창단 등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했다.

 가족법 개정을 위한 여성대회를 개최해 호주제도의 폐지, 친족 범위의 개정, 동성동본불혼제도의 개정 등의 시민운동에 동참했다.

 현재는 김해시 평생교육 프로그램 운영기관으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으며, 할머니의 날 행사와 동아리 모임, 허황옥 실버문화축제 등 지역 여성들과 함께 다양한 교육, 문화, 예술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함께 하는 이들의 꿈이 모여 희망이 되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모자라는 운영비로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지만 후원을 해 주는 손길들이 있어 지속해 나갈 수 있음을 감사하고 있다.

 35년 동안 여성들의 힘으로 시민단체가 지속해 나가며 주체적으로 힘을 모아 터를 닦고 공간을 만든 곳은 예전에도 그렇지만 현재도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여성복지회관의 설립 취지와 정신은 의타적이 아닌 독립적이고, 자주적이며, 자율적인 운영이다. 여성들의 자부심과 긍지와 자립심, 주체성이 함께 묻어있는 이 공간이 본래의 이념을 저버리지 않고 영원히 지속해 나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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