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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2차 음주가 줄었다
경기침체 2차 음주가 줄었다
  • 김용구 기자
  • 승인 2017.05.29 2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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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회식 분위기 위스키 판매 감소 혼술족 증가 추세 소비량 OECD 중하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음주문화 변화로 주류산업이 위축되면서 이제 ‘음주대국’은 옛말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연간 술 소비량이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중하위권까지 떨어졌다.

 지난 26일 오후 7시께 창원시 성산구에 있는 한 고깃집에서 조선기자재를 생산하는 A업체의 회식이 열렸다.

 지난해 연말에 이어 모처럼 마련된 회식 자리였지만 직원들은 대부분 폭음을 꺼려하는 등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회식이 진행됐다.

 2차 모임에서도 몇몇 사람들만 참가하고 대부분 직원들이 귀가하는 모습이었다.

 이 회사 임원 최모(54) 씨는 “예전과 달리 일년에 한두번 정도 회식 자리를 가지는 것이 고작”이라며 “경기침체로 인해 회사 입장에서 회식비가 부담스러울 뿐더러 직원들도 회식을 크게 반기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4년차 직장인 박모(35ㆍ김해시 삼정동) 씨는 퇴근 후 집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는 것을 즐긴다. 지인들과 함께 마시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근 술을 멀리하는 사회 분위기는 통계로도 여실히 나타난다. 29일 OECD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 한국의 15세 이상 인구의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은 8.9ℓ로 OECD 34개 회원국 중 22위를 차지하는 그쳤다.

 1980년도 한국의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이 전체 OECD 회원국 중 8위인 14.8ℓ였던 것과 비교하면 33년 만에 연간 소비량이 40%(5.9ℓ)가량이나 감소한 것이다.

 2015년 한국의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10.9ℓ로 전년보다 조금 증가해 14위로 올라섰지만 여전히 1위인 체코(14.1ℓ), 2위인 호주(12.6ℓ)와는 각각 큰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추세는 이른바 ‘2차 술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 주종인 위스키 판매량에서도 드러난다.

 2008년에 284만 상자(1상자 500㎖×18병)로 정점을 찍었던 국내 위스키 판매량은 지난해 167만 상자까지 떨어지면서 8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중이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음주문화 변화의 여파로 2~3차까지 이어지는 회식 문화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게다가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의 영향까지 겹쳐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의 질펀한 술자리와 접대 문화가 크게 감소했다.

 직장 내 폭탄주 문화가 점차 사라지면서 양주와 함께 섞어 마시던 맥주 판매량도 부진하다.

 과당경쟁 방지를 명분으로 국내 주류업계가 수년 전부터 판매량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대표적 맥주회사인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맥주사업부 매출은 8천27억 원을 기록, 2013년(9천162억 원)과 비교해 12.4%나 감소했다.

 국산 맥주의 매출 부진은 매년 거세지는 수입 맥주 공세와도 무관하지 않다. 폭음으로 이어지는 단체 회식보다는 혼술ㆍ홈술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다양하고 개성있는 맛을 자랑하는 수입 맥주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음주량은 불과 20년 전만 해도 OECD 회원국 중에서도 순위권에 들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1인당 음주량이 OECD 평균에도 못 미치고 있다”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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