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5:48 (목)
운전, 도로 위의 만남
운전, 도로 위의 만남
  • 이동화
  • 승인 2017.05.31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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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화 김해서부경찰서 교통관리계 순경
 필자는 하루에 수십 건의 교통법규위반을 접수한다. 그뿐만 아니라 교통관리계 전 직원들이 교통질서 유지를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도 위험한 교통위반은 계속된다. 사소한 양보를 못 해서 범칙금과 벌점을 쌓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도로 위의 운전자들 대부분은 교통질서를 준수한다. 그러나 상습적으로 위반을 일삼는 사람들도 있다. 분명 자신의 안전과 관련된 일인데도 자꾸 위반을 하는 이유가 뭘까?

 운전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이 때문에 ‘교통법규위반’이라는 현상에는 심리학이 개입될 여지가 꽤 있다.

 사람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시각을 심리학에서는 ‘인지 양식’이라고 한다. 인지 양식은 유전이나 지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는 눈앞의 똑같은 사실도 개인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한번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운전은 무엇일까?

 투쟁일까? 아니면 만남일까? 투쟁이라고 생각하면 해결책은 분명해진다. 무조건 이겨야 하고 양보란 패배가 될 수밖에 없다. 차선이나 신호는 운전자의 자유를 억압하는 선이 될 수 있다.

 만남이라고 생각하면 달라진다. 차선과 신호는 안전을 지키는 소중한 규칙이고 옆을 지나는 모든 차들은 목적지까지 함께하는 운명공동체가 될 것이다.

 차는 겉으로 보기에는 차가운 철 덩어리지만 타고 있는 것은 전부 사람이다. 드문 확률로 마주쳐서 짧은 시간을 만나고 헤어질 인연이다. 그렇다면 아래의 이야기를 통용할 여지가 있을지도 모른다.

 “늘 마지막으로 만나는 것처럼 사람을 대하라.”

-헤르만 헤세

 사람처럼 차를 대한다면 어떨까? 나와 같은 도로를 달리는 다른 차들을 대하는 자세가 진지하고 따뜻해진다면 사람을 대하는 자세에도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자세는 사람이 죽는 순간까지 견지해야 하는 삶의 태도이고 자녀에게 물려줘도 좋은 위대한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도로에서 만나는 모든 운전자들이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통해 안전하고 쾌적한 운전을 해나가고, 전국의 도로에서 안전한 교통질서가 바로 서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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