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8:46 (토)
5대 인사원칙과 청문회
5대 인사원칙과 청문회
  • 이광수
  • 승인 2017.06.01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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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 소설가
 새 총리인사청문회 인준문제로 입장이 뒤바뀐 여야가 대립각을 세우며 설전을 벌였다. 보궐선거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기 때문에 대통령은 마음이 급하다. 총리인준에 1차 브레이크가 걸리자 헌재소장, 외교부 장관은 물론 4명의 장관후보자 청문도 늦어지고 있다. 다행히 대통령의 양해 발언으로 일부 야당이 동의함으로써 난항 끝에 국회 인준통과로 새 총리가 임명됐다. 이제 각부 장관 인선도 속도를 낼 것이다. 그러나 여야가 뒤바뀐 상황이 된 현 정치지형에서 5대 인사원칙 준수를 대선공약으로 내건 새 정부로서는 정부 내각 구성에 자충수를 둔 셈이 되고 말았다.

 흔히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그러나 인사는 말 그대로 사람 고르는 일이기 때문에 인사권자의 고심은 크다. 특정한 보직에 앉힐 사람을 스크린 해보면 적임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 능력과 자질을 보면 그 자리에 적임자인데 개인사를 보면 부적격자이기 일쑤다. 지금 각료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특히 최고 인사권자인 대통령 스스로 인사 공정성 확보를 위해 5대 인사원칙(병역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탈루, 위장 전입, 논문표절)에 해당하는 사람은 인사에서 배제하겠다는 공약을 했기 때문에 인사 운용의 폭은 좁을 수밖에 없다. 새 총리후보자 역시 5대 원칙 중 3가지(병역면제, 위장 전입, 세금탈루)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제1야당이 된 한국당은 여당 시절에 당한 분풀이(?)이라도 하듯 반기를 들었다. 사람은 항상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사리를 판단하지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다. 자신이 한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이 곤경에 처할 경우를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마치 부자가 가난했던 시절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당은 정권획득을 목적으로 조직된 정치결사체이다. 그래서 선거 때만 되면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해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기 일쑤다. 선출직 후보로 나선 사람치고 당선 후 100% 공약을 이행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공약이행의 관건은 재원확보와 제도개선이다. 특히 재원확보가 문제다. 증세는 국민 부담으로 작용해 저항이 크다. 제도개선은 마음만 먹으면 실천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도 남발하면 전 정부정책뒤집기로 기득권층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이미 국정기획위의 종교인 과세유예와 김영란법 개정, 4대강 사업 재탕감사로 논란이 되고 있다. 물론 적폐청산 차원의 제도개선과 의혹 해소라는 명분은 있지만 전 정권이 한 일은 잘못된 것이라는 식으로 정책뒤집기를 일삼으면 국민들은 불안해한다. 역대 정권이 오락가락한 부동산정책으로 재개발지역의 부동산 투기 바람은 아직도 식을 줄을 모른다. 전 국토의 요지는 고층아파트 천국이 됐으며 난개발로 인한 환경파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처럼 정책뒤집기가 재연되면 국정의 일관성 결여로 국민의 정치 불신은 깊어지고 안정적인 경제활동은 위축된다.

 논란이 되고 있는 5대 인사원칙에 대해 점검해 보자. 국민의 4대 의무인 병역의무이행의 방법도 다양해졌다. 병역을 면탈하려는 사람도 있지만 등급판정에서 현역자원으로 탈락한 청년이 현역복무를 자원하는 사람들도 많다. 따라서 병역문제는 병무 행정만 올바로 서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 부동산 투기, 세금탈루, 위장 전입은 3종 세트로 된 한국형 비리의 전형이다. 부동산 투기는 공직자나 정치인 등이 재직 시 지득한 개발정보를 이용해 부당한 수익을 얻었을 때 해당된다. 사실 투기와 투자의 구분은 애매하다. 누구나 재테크 수단으로 부동산에 투자한다. 한국 사람의 재테크 1순위가 부동산 투자인 만큼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 부동산 매매에서 문제가 되는 세금탈루는 다운계약서 작성이다. 8~90년대 부동산 광풍이 몰아칠 때 다운계약서 작성은 관형이었다. 그때 한국 사람치고 다운계약서 를 쓰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시골 논밭 살 때 위장 전입은 경자유전의 원칙 때문에 발생했으나 이제 그 실효성이 의문시되므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위장 전입의 난맥상은 자녀들의 중ㆍ고교 학군선택과 아파트 추첨에 따른 부작용이었다. 이 역시 전입 시나 후에 행정에서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해 처리하면 해결된다. 끝으로 논문표절인데 이는 사회 엘리트 계층의 심각한 모럴 해저드로 한국지식사회의 관형화된 적폐이다. 스펙관리를 위해 학위를 취득했을 경우 표절 여부를 꼼꼼히 챙기지 않거나 학제적 연구가 부실한 논문을 통과시켜 준 대학 측의 도덕적 해이가 더 문제라고 본다.

 아무튼 대통령이 공약한 5대 인사원칙이 크게 훼절 되지 않은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산적한 민생현안과 외교 국방안보 등 할 일이 태산 같다. 빠른 시일 내에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사검정으로 성공적인 새 정부출범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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