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5:03 (목)
달라질 수 없다면 스스로 간판을 내려라
달라질 수 없다면 스스로 간판을 내려라
  • 오태영 기자
  • 승인 2017.06.04 2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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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영 사회부 부국장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 이어진 대통령선거를 겪으면서 이 사건들이나 대선 결과보다 더 놀란 것이 있다. 보수 기득권 정치인들의 무능과 몰염치다. 흔히 보수는 부패하나 유능하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이 뿌리째 부정당하는 상황에서도 속수무책이었다. 아무런 대안도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했고 책임지는 자세도 보여주지 못했다. 골수 보수층을 인질로 버티면서 그저 살아남을 궁리만 했다. 친박 핵심이라는 이들은 공황상태에 빠진 지지층을 내팽개치고 당권에만 집착했다. 석고대죄라도 했다면 이토록 참혹한 대선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속죄는커녕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했느냐며 강변하는 데만 급급했다. 국민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들이 대선에서 보여준 것이라고는 낡아 빠진 안보 프레임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것 외는 없었다. 유능하지도 않았고 책임감도 없었다. 이런 정치인들이 세계 9위 무역 대국을 주물러온 주인공들이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자신들의 위기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나라를 맡겨왔다는 사실에 자괴감마저 든다.

 지금의 자유한국당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길이 없다.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반성하고 탈태환골을 고민해야 마땅한데 이런 움직임은 전혀 없다. 젊은 피라고 할 수 있는 소장파들도 입을 다물고 있다.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의원총회라도 매일 열어 볼 법도 한데 그런 요구를 하는 이들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던 사이 정당지지도가 바른정당과 같은 8%로 떨어져 버렸는데도 이를 탄식하는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 기업이라면 벌써 파산선고가 났을 무능 집단을 제1야당으로 안고 사는 국민들이 불쌍할 정도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이런 무능 야당에 대한 반사 심리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런 야당에게 쓴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무능한 야당은 국가적으로 재앙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하는 일이 모두 옳고 바를 수만은 없다. 건강한 반대세력이 있어야 그 반대쪽도 건강해진다. 지금 문재인 정부의 개혁조치에 우려를 호소하는 곳들이 적지 않다. 이런 우려의 목소리를 담아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야당의 몫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자정과 변화가 우선이 돼야 한다. 자유한국당의 위기 극복은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 변화가 시작된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8%의 지지마저 거둘 것이다. 책임 있는 이들은 물러나고 참신한 이들이 전면에 나서 개혁을 주도해야 그나마 국민들이 기대를 걸만하다.

 자유한국당의 재건은 공황상태에 빠진 보수층에게 희망을 주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출발은 다가올 전당대회와 당권경쟁이 될 것이다. 염치가 있다면 친박들이 또다시 당권에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 그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보수재건의 불쏘시개가 되는 것 외는 없다. 친박들이 재기를 노리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전당대회에서 무슨 말이 나오는지 어떻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지 국민들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달라질 수 없다면 스스로 간판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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