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꼭 죽음을 앞두고 작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한 실험을 통한 결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85년 코넬대 철학과 2학년생에게 조사한 버킷리스트를 15년 후인 2000년, 당시 조사에 응했던 사람을 추적한 것이다. 버킷리스트를 성실히 만든 사람은 90% 정도가 현재 삶에 만족하며 행복한 가정생활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버킷리스트로 꿈을 이뤄 나가거나, 아직 다 이루지 못했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 계속 진행 중이라 했다. 반면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지 않았거나 성의 없이 작성한 사람들은 80% 이상이 조사를 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했으며, 그들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다. 자살 혹은 자살 시도, 결혼 실패, 가정불화, 사업실패, 직장 문제 등을 겪고 있었으며 교도소를 다녀온 사람도 있었다는 결과다.
그런가 하면 정신의학자이자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저서 ‘인생 수업’에서 시한부로 생을 마감하는 이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던 네 가지 후회는 조금 더 즐기고, 사랑하고, 웃고,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말기 암 환자를 수년간 돌보던 호주의 간호사 브로니 웨어도 그들은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 다른 사람이 기대하는 삶을 산 것’, ‘일을 너무 열심히 한 것’,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은 것’, ‘옛 친구들과 연락이 끊긴 것’, ‘변화가 두려워 즐겁게 살지 못한 것’ 등을 매우 후회한다고 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죽기 전 후회할 것’에 대해 설문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좀 더 도전해 보지 못한 것을 후회할 것이라는 대답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지 않는 이유는 ‘만들어봐야 지켜지지 않을 것’, ‘죽을 날이 멀다고 생각돼서’라고 했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하지만 그것은 저절로 주어지거나 타인이 가져다주지 않는다. 자신이 가슴 떨리도록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그것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실현시켜 가는 과정, 그리고 마침내 이뤄냈을 때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설계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그것들을 성공적으로 실행해보자. 오래전부터 꿈꿔오던 것, 꼭 해보고 싶거나 이루고 싶은 간절함이 담긴 꿈을 실현시켜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 꿈은 단지 어떤 특정한 직업을 갖거나 어떤 지위에 오르는 것과는 좀 다를 수 있다. 그보다는 자신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 즉 최종적으로 기쁨과 즐거움을 만끽시켜주는 어떤 행위나 사건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남들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남들에게는 별로 의미 없는 일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꿈이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도전하고 싶은 목록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게 원하는 것을 마음속에 떠올렸다면 무엇이든지 반드시 종이에 써보자. 그리고 그것을 작성한 날짜와 이루고 싶은 날짜를 정해놓아야 하고, 그중에 가장 먼저 이루고 싶은 간절한 것부터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그냥 나열해놓는 것만으로는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 그 후, 목록은 더 추가하거나 삭제할 필요가 있고, 그렇게 변화를 거듭해가야 더 발전적이다. 그리고 그것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두고, 주위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선언하면 훨씬 성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가는 ‘나만의 버킷리스트’는 행복한 삶을 디자인하는 출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