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4:49 (금)
관포지교를 꿈꾸며
관포지교를 꿈꾸며
  • 김병기
  • 승인 2017.06.12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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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기 김해중부경찰서 112종합상황실 경위
 지난주 어느날 쉬는 날인지를 묻는 전화가 왔다. 낮 근무라 저녁에 시간이 있다 하니 같이 저녁이나 먹자 해 퇴근을 기다리고 있을 아내에게 양해를 구한 후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언제봐도 당찬 어투로 손님을 맞아가며 기름 묻은 장갑을 툭툭 털면서 연신 오토바이를 만지고 있었다. 계속되는 가뭄에 타들어 가는 농심을 아는지 제주에서 시작되는 반가운 비가 전국적으로 내릴 것이라 하는데 제법 차가운 바람이 불어 기분도 상쾌했다. 친구는 서둘러 가게 문을 닫고 나섰다. 영문을 모르는 이웃들은 의아한 눈빛으로 훔쳐본다.

 친구를 만난 것은 3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갓 신임 순경으로 세상 물정을 다 안다 치부하며 지역 내를 헤집고 다닐 무렵 아무도 없는 가게를 혼자 지키고 있는 친구를 만났다. 그때는 오토바이가 승용차를 대신하는 시절이라 난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나이는 한 살 터울이지만 생각하는 것이 같아 총각인 친구를 처제에게 소개할 요량으로 더 자주 만났는지 몰라도 친구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친구는 해군에서 복무를 마치고 집에 와 오토바이 수리업을 하려 하자 대학까지 마친 귀하게 키운 아들이 초등학교를 나와 할 일을 한다며 부모님의 반대가 극심했다고 한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고 겨우 허락을 받아 겨울철에 가게를 열었지만 바로 옆 오토바이 가게는 손님들로 북적이고 찾는 이 없는 가게라 적막했다. 전략을 바꿔 친구는 배달을 마친 이웃 오토바이를 끌고 와 손 세차를 시작했는데 절도범으로 몰려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사람을 알기위한 서비스임을 안 이후 자연스레 손님이 몰려들어 오늘의 오토바이 가게가 됐다.

 중국 춘추 전국시대 제나라 재상 관중과 소년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포숙과 같은 친구는 아닐지라도 친구의 결혼과 두 가정의 다섯 번 출산을 살펴주며 휴가철이면 가족들과 산과 들을 누비며 같은 눈높이로 살아왔다. 욕심 많은 사람이라? 우매한 사람이라? 겁쟁이라?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라 말하지 않아도 다만 부덕함과 시운이 따르지 못함을 알았기에 지금껏 얼굴 한번 붉히지 않고 서로를 경계치 않고 살아온 것인지 모른다. 신라에 가린 가야사를 재조명해야 한다는 반가운 기사가 연일 지면에 올라온다. 지금 생각하면 당치도 않게 순경으로 김해에 와 맨 먼저 수로왕릉을 참배했다.

 향토사학자로 고인이 되신 배석현 님 안내로 납릉과 초선대 마애불도 둘러보고, 금강병원 허명철 박사님과 은하사 대성 큰스님을 비롯한 제방 선객들의 조언을 듣고 탈 없이 분에 넘치게 32년을 살면서 빚만 잔뜩 지고 있다. 그간 김해에서 창원, 진주로 발걸음도 있었지만 언제나 김해에 머물며 정수리에 제법 흰머리가 늘었다. 친구는 늘 일을 하므로 건강만큼은 자신한다. 하지만 노동과 운동은 다르다는 것을 잘 알지 않는가. 인생은 육십부터라 하는데 친구가 건강해야 우리 세계 일주는 어려워도 걸어서 우리나라 일주는 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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