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2:37 (금)
안전한 운전을 위해
안전한 운전을 위해
  • 김은아
  • 승인 2017.06.12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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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아 김해여성복지회관 평생교육원장
 자식들의 통곡에도 영정 속 고모는 한없이 밝은 미소를 보내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주검 앞에 자식들은 할 말을 잊고 울음으로 떠나는 어머니를 잡아보려 애쓴다.

 교통사고 소식은 갑작스러웠다. 사고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는 고모부는 중환자실에서 고모를 애타게 찾고 있다. 뒤따라오던 차가 음주운전을 의심했던 고모부 차는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전복했다. 평소 당뇨가 있으셨던 고모부가 저혈당 쇼크로 의식을 잃은 것이다. 여든을 넘기신 고령에 지병이 있으신 분이라 운전대를 잡는 것이 내내 불안했던 자식들은 읍내로 나갈 때면 모시고 다녔는데 바쁜 자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 운전을 하신 것이다. 고모는 열흘간의 죽음과의 사투에서 결국 지고 말았다. 아들 몫까지 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고모의 주검이 안타까운 이유는 아들을 중앙선을 침범한 음주운전 차에 의해 25년 전에 잃었기 때문이다. 대낮에 벌어진 교통사고로 갓 스물을 넘긴 네 명의 아이가 목숨을 잃었다. 더 황당한 것은 음주 운전자가 처벌을 축소하기 위해 사건 은폐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스키드 마크와 여러 정황상 음주 운전자의 잘못이 확인돼 처벌을 받았지만 자식 잃은 부모들의 가슴에는 영원히 한으로 맺히게 됐다. 목숨을 건진 한 아이는 1년 넘게 병원에서 치료와 재활을 받아야 했다. 그때 고모는 아들 몫까지 열심히 살아 나중에 아들에게 이 세상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 주겠다고 했다.

 동생을 교통사고로 잃고 엄마마저 교통사고로 잃은 사촌 동생들은 망연자실했다. 매일 옆에서 챙기지 못한 자책도 했다.

 그 뒤, 교통사고와 관련한 소식을 들으면 심기가 불편하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예상되는 현재의 음주운전 처벌기준은 면허취소 및 정지 처분, 벌금 등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음주를 하고 운전대를 잡으면 되지 않는다는 개인들의 의식이다. 아직도 ‘설마, 내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결단코 말하건대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그 순간 당신들은 잠정적인 살인자이다.

 또한 지병이 있거나 연세가 많으신 고령자분들에 대한 운전의 제한이 필요하다. 지난해 7월 해운대 교통사고는 뇌전증 환자가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어 발생한 것이다. 가해 운전자가 자신의 병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교통사고의 위험에 대한 인지 부족으로 인해 일어난 그 날의 사고로 피해자 가족들은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또한 나이가 들면서 순발력과 인지능력, 체력이 저하되는 고령 운전자에 대한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 일부에선 단지 고령이어서 그럴까 생각할 수 있지만 통계를 확인해 보면 65세 이상 노인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매년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통사고로 숨진 고령 운전자는 지난 2010년 547명에서 2014년 763명으로 40% 가까이 늘었다.

 음주운전, 중증질환자, 고령 운전자에 대한 대책이 법적인 부분에서 더 강화돼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당사자의 의식 전환의 문제이다. 내가 운전대를 잡는 순간 나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신의 안일한 생각과 대처가 많은 이들에게 평생의 큰 상처가 될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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