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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간 환자에 허드렛일 푼돈 줘”
“20여년간 환자에 허드렛일 푼돈 줘”
  • 임채용 기자
  • 승인 2017.06.22 2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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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한 병원 폭로 관계자 “치료 일환”
▲ 22일 양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양산지역 한 병원 노조가 입원환자 노동력 착취 등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양산 한 병원이 20여 년간 입원환자들에게 허드렛일을 시키고 임금으로 푼돈을 준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모 병원지부는 22일 양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989년 병원 설립 이후 현재까지 입원환자에게 노동을 강요하고 하루 일당으로 고작 1천600~5천500원(추정치)가량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병원 측은 환자 20여 명에게 일을 시키며 일당으로 중증환자 간병 1천666~3천333원, 복도와 화장실 청소 각 2천933원, 식당 청소 2천200원, 식당 배식 5천500원을 급여했다.

 이들은 병원에서 행해지고 있는 환자 노동력 착취와 임금 착취에 대해 조사에 착수할 것을 경찰과 노동청, 시에 촉구했다.

 노조는 또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여자 환자에 대한 남자 직원의 성희롱ㆍ성추행 관련 의혹을 제기했지만 병원 측이 의혹 규명 없이 사건을 덮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8월 중순 후진국 전염 피부병인 옴 환자가 발생한 데 이어 지난 19일에도 또다시 입원환자가 옴 확진을 받았지만 병원 측은 미온적인 대처를 취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 관계자는 “그동안 병원에 수차례 시정을 요청했지만 병원 측은 모르쇠로 일관했다”며 “병원의 불법적이고 비인도적인 처사에 대해 관계 당국에 진정과 고발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노조 주장을 상당 부분 인정하지만 환자에게 노동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병원 측은 이날 노조 폭로에 이어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입원환자에게 시킨 일은 이른바 ‘활동요법’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이 활동요법을 하기 전에 의사 처방이 있었고 보호자에게도 알렸다”고 주장했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에게 지급한 일당이 최저임금에 분명히 밑도는 것이 맞고 25년간 관행처럼 이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병원 측은 앞으로 환자들에게 일을 시키지 않고 다음 달부터 외부 인력을 투입하겠다며 개선안을 제시했다.

 병원 관계자는 “노조 측이 주장한 병원 직원의 여자 환자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의혹 당사자가 결백을 주장해 사직 처리하면서 마무리됐다”며 “옴 발생 건은 현재 환자가 1명으로 병원 전체 소독작업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병원 업무를 지도 감독해야 할 양산보건소 측은 “환자들에게 노동을 시킨 점은 몰랐고 작업치료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 전염 피부병인 옴 발생도 노조 폭로로 알게 됐다”며 뒤늦게 진상 파악에 나섰다.

 고용노동부 양산지청도 이날 오후 해당 병원 측이 장기간 입원환자에 일을 시켜온 점을 인지하고 근로감독관 2명을 급파해 현장 조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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