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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차로제와 배려의 가치
지정차로제와 배려의 가치
  • 이동화
  • 승인 2017.07.02 2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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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화 김해서부경찰서 교통관리계 순경
 독일에는 ‘아우토반’이라는 고속도로가 있다. 이 곳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속도 무제한 도로이다. 그러나 아우토반의 도로여건 자체는 편도 3차로 정도로 한국에 비해 크게 나은 면은 없다. 그런데도 평균 시속 200㎞ 이상, 때때로 시속 300㎞, 그야말로 바람처럼 달릴 수 있다.

 여건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아우토반에서 왜 이런 고속 주행이 가능할까? 그 비밀은 바로 독일의 운전자들이 철저히 준수하는 ‘지정차로 제도’에 있다. 1차로는 추월용 차로로 비워놓고 모든 차량이 2, 3차로로만 정속 운행할 수 있도록 한다. 화물차나 건설기계같이 느린 차량은 3차로로만 운행한다. 이러면 추월도 주행도 빠르게 하면서도 사고 위험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다.

 아우토반은 모든 운전자들의 자부심과 규칙에 대한 신뢰가 만들어낸 명물인 셈이다. 그런데 지정차로 제도는 우리나라에도 있다. ‘지정차로 통행위반’ 도로교통법 제14조 2항에 규정돼있고 어기면 범칙금 3만 원에 벌점 10점이다. 1, 2차로는 추월차선 2, 3차로는 운행차선이다. 지정차로제는 단어조차 생소하지만 어기면 엄연히 단속을 실시하는 교통법규이다.

 지정차로제의 3대 원칙인 ‘추월은 왼쪽 차로로만 하기’, ‘추월 후엔 즉시 원래 차로로 복귀하기’, ‘왼쪽 차로보다는 느리게, 오른쪽보다는 빠르게 주행하기’를 알고 모두 지정차로제에 동참해준다면 쾌적한 여름 휴가철이 되지 않을까?

 물론 한국의 고속도로는 독일과 다를 수도 있다. 이 순간도 한국의 고속도로에는 1차로를 정속 주행하는 얌체 차량들이 가득하다. 몰라서 안 지키는 것도 아니다. 경찰청의 의뢰로 시행된 ‘지정차로제의 합리적인 운영방안에 대한 연구’라는 자료에서는 68%의 운전자들이 지정차로제를 알면서 안 지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정차로제는 규칙에 대한 운전자의 신뢰로부터 시작된다. 선진교통 질서와 다른 운전자에게 공헌하고자 하는 마음이 운전자에게 자부심과 규칙에 대한 신뢰를 부여한다.

 “타인에 대한 공헌이란 나를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의 가치를 실감하기 위한 행위이다.”

- 알프레드 아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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