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한 다스가 공원 놀이터에서 발견됐다
그들을 찾아주는 미아보호소는 없었다
모래는 햇빛과 바람과 비를 모아주지만
싹을 틔우지는 못한다
밟아주면 더 기성지게 돋아나는 것도 있지만
밟혀서 촉이 부러지거나
태어나서 한 번도 촉을 틔어보지 못한 것이
모래 속에 온도계로 꽂혀있다
어느 편에도 서지 않으려고 안간힘으로 버티었지만
모래 따먹기에 싫증난 아이들이 돌아가고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아이들은 찾아주지 않았다
산책을 하다가 데려온 미아를
꽃병에 꽂고 보호소를 차렸다
앉아서 찍어내는 글쓰기에 질려
이불속에 토굴을 파고 누워서 연필이 꽃피는 시간
장시간 누워서 꽃피는 볼펜이나 만년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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