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0:02 (수)
斷末魔(단말마)
斷末魔(단말마)
  • 송종복
  • 승인 2017.07.05 2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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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ㆍ(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
 斷:단-끊는다 末:말-끝 魔:마-마귀

 우리 몸의 관절이나 육체의 치명적인 부분이며, 급소를 지칭하는 말마(末魔)와 단(斷)이 합쳐서 ‘급소(急所)를 끊는다’는 의미다. 인간이 죽을 때 최후의 고통을 뜻한다.

 단말마를 풀이하면, 斷(단)은 도끼로 실타래를 자르는 의미에서 끊다, 자르다의 뜻이고, 末(말)은 나무 위에 표시를 해서 뿌리의 의미인 本(본)의 반대 개념으로 끝을 의미하는 것이고, 魔(마)는 악귀나 마귀를 의미하는 발음이다. 국어에서 단말마는 임종을 뜻하는 말이지만, 불교에서는 숨이 끊어질 때의 모진 고통을 말한다.

 ‘말마(末魔)’는 고대 인도의 언어인 범어(梵語:산스크리트어)로 ‘마르만(marman)’의 음역인데 사혈(死穴)을 가리키는 말이다. 즉, 죽음의 혈(穴)이니, 이 혈을 막거나 끊어버리면 그대로 죽게 된다. 인간이 죽을 때 느끼는 최후의 고통을 ‘단말마’라 한다. 짐승들이 죽을 때 ‘꽥’한다고 하며,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고 하는데, 이 ‘꽥’과 ‘꿈틀’이 죽을 때 지르는 비명의 ‘단말마’라고 할 수 있다. 안중근이 일제의 고문 끝에 지른 말도 일종의 단말마라고 생각하니 치가 떨린다.

 불경의 일종인 <현종론(顯宗論)>에 상해인심자 임종수단말마고(傷害人心者 臨終受斷末魔苦)라고 했다. 즉,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자는 죽음에 임해 단말마의 고통을 받게 된다고 했다. 따라서 ‘말마(末魔)’는 관절이나 육체의 치명적 부분인 급소를 의미한다. 사람의 몸에 존재하고 있는 물[水], 바람[風], 불[火] 중에 어느 하나가 유달리 많아지면 그것이 말마와 부딪치는데, 이때 받는 고통을 ‘단말마’라 한다. 주로 통풍에 걸린 사람은 엄청난 고통에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밤새 몸부림친다.

 지난 1983년 <실천문학>의 장편 소설에 나오는 안효정 <하얀전쟁>의 반전(反戰)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살아남으려는 함성, 생명의 ‘단말마’, 파괴로써 그 존재를 창조하고 증명하려는 사납고 남성적인 힘의 마지막 포효였다. 이때 ‘단말마(斷末魔)’ 한자로 돼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 유래한 말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단말마’는 산스크리트어 ‘마르만(marman)’의 발음을 그대로 한자로 옮겨 쓴 것이다. 산스크리트어 마르만(marman)의 음사어(音寫語)인 말마(末魔)와 한자어를 합성한 말이다.

 주로 난장판을 ‘아수라장(阿修羅場)’이라 한다. 또 사고 따위로 어지러운 상태를 아비규환(阿鼻叫喚)이라 한다. 또 놀라서 비명 지르는 것을 단말마(斷末魔)라 한다. 이런 어려운 한자말을 너무도 쉽게 사용한다. 그 이유는 이런 말들이 내포한 뜻이 뜻밖에 처참하거나 비참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로 보면 우리국민들은 과격한 성품을 지녔다는 것이다. 좀 ‘만만디’하게 너그러운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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