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필자는 종종 기업이나 조직의 컨설팅이나 멘토링 중 흔히 듣는 하소연이 ‘차라리 불난 집은 확 다 태우고 새로 짓는 게 낫다’고 한다. 그 불을 끄는데 드는 노력이 낭비라는 생각이 들고, 불난 집을 보수하는데 드는 힘을 오히려 새집 짓는 데 쓰겠다고 한다. 즉 마음에 안 드는 고객에게 비위를 맞추고 달래는 대신 마음에 드는 고객에게 더 잘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불만을 가진 고객이나 말이 안 통하는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보다 호의적인 고객이나 쉽게 말이 통하는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이다. 그렇다. 그 말에도 일리는 있고, 한편으로는 그것이 더 효율적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단기적이고 근시적인 시각에서 비롯된 판단으로 매우 위험한 결론일 수 있다. 왜냐하면 고객의 마음이 언제, 어느 지점에서 불이 붙을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고객이 불만이나 불평을 하게 되는 원인은 비슷하거나 여전히 존재하는데, 현재 우리에게 그것을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만족하거나 불만이 없다고도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 정도가 조금 다르게 받아들여졌거나 다른 이유들 때문에 참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으므로 기회나 상황이 바뀌면 그들에게서도 예측이 불가능하다. 이제 완전한 고객도 영원한 고객도 없다. 고객의 마음은 늘 움직이고 있고, 고객의 발길도 옮겨지고 있다. 단골개념은 무너진 지 오래고, 지금 충성고객이 계속 충성고객이라고 믿다가는 곧 낭패를 볼 수 있다. 더구나 ‘불난 집’, 즉, 불만을 가지고 있거나 불평하는 고객에게 부채질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 기름을 부어 돌이킬 수 없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난 집에서 초기에 발화점을 찾아내 완전 진화하는 소화기 역할은 못 할망정, 그 반대로 ‘부채질’이나 ‘기름 붓는’격이 되는 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것은 바로 고객을 무시하거나 비난하는 말, 상황을 부정하거나 책임을 회피하고 전가하며 핑계를 찾아 둘러대는 말, 고객을 더 곤란에 빠뜨리는 말들이다. 물론 상황이나 고객의 성향에 따라 그 정도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말들은 없던 불씨도 만들어내기 쉬운 대응이다. 혹시라도 지금까지 사용해 왔던 말이 여기에 있는지 살펴보고, 이제부터는 적어도 이런 표현만은 쓰지 말아야 한다.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 위력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말 한마디가 천리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괴력을 만들기도 한다.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 “그건 고객님 잘못이잖아요?”, “ 고객님이 먼저 그러셨잖아요?”, “다른 분들은 아무말씀 안하셨단 말예요.”, “ 고객님이 실수하신 거 아닌가요?”, “ 에이, 농담인데 뭘 그러세요?”, “알만한 분이 이러시면 안 되죠.”, “제 담담이 아닙니다.”, “규정상 그건 안 됩니다.”, “이거 한 두 번 해보셨어요?”, “아직도 이거모르셨어요?"....
고객의 입장에서 볼 때, 무엇인가에 불만이 생겨서 불평하며 화가 난 상황이라면 정중한 사과와 개인적인 배려가 담긴 문제 해결과 보상을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안이한 태도로 방심하고, 사태파악과 수습은커녕 고객을 더 불편하게 하고, 어이없게 만들거나 심지어 폭발할 것 같은 분노를 키우는 말은 걷잡을 수 없는 화염과 화마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