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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문화가 삶의 질 높인다
음식문화가 삶의 질 높인다
  • 신화남
  • 승인 2017.07.09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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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화남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남이 해 주는 음식이라는 말이 있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은 땀 흘리는 노력과 정성이 있어야 하지만 남이 해 주는 음식은 수고와 노력 없이 먹고 즐길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으며 즐기는 과정만큼 행복한 것이 있겠는가! 그래서 공자(孔子)도 인생의 3락(三樂)을 가리켜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것’이라 했다. 3락 중에서도 잘 먹는 것이 단연 으뜸인 것이다.

 우리의 인생살이란 먹고 사는 문제이다. 절대빈곤에 시달리던 옛날엔 끼니를 때우는 것이 가장 소중하고 시급한 문제였다. 끼니를 때운다는 것은 식욕이라는 본능의 불을 끄는 것이다. 그러니 여기엔 정신적 가치인 문화가 끼어들기 어렵다. 설령 있다 하더라도 매우 질 낮은 문화가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단순히 끼니를 때우기 위함이 아닌, 가족이나 지인들과의 식사, 혹은 여행지에서의 식사는 시간적, 정신적 여유를 갖고 하기 때문에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것은 끼니를 때우는 것이 아니라 음식문화를 즐기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음식문화의 질도 매우 높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음식점에서는 고객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얄팍한 상술이 판을 치고 있다. 그중에 가장 심각한 것이 고깃집의 중량 속이기이다. 메뉴판에 ‘몇 그램에 얼마’라고 적혀져 있으나 대부분 정량에 턱도 없이 부족한 고기를 고객들에게 제공해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 이것은 고객을 손님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호구로 보는 행위이며 엄격히 말해 사기 행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기 행위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어서인지 이제는 고객들도 감각이 무뎌져 ‘그러려니…’하고 넘어가는 편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는 상도의(商道義)를 그르치고 양심을 마비시키며 외국인에게는 한국의 나쁜 인상을 각인시킴으로써 관광산업에 먹칠을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러한 중량 속이기의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음식점의 올바른 양심이 있어야겠지만 그보다 관(官)의 강력한 제재와 제도적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기 취급 음식점마다 고객들이 직접 중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저울 비치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그러면 고객들은 음식점을 믿고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저울 눈금을 조작하는 사례가 발각될 시에는 과징금이나 휴업, 폐업 등의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면 상도의는 눈에 띄게 개선될 것이다.

 상도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음식점의 청결과 위생 상태이다. 특히 손님이 한꺼번에 몰리는 점심시간이면 위생과 청결에 소홀하기가 쉽다. 대부분 직장의 점심시간이 12시부터 1시까지로 돼 있다 보니 고객들은 음식을 제대로 즐기며 먹는 것이 아니라 허기를 채우고 자리를 뜨기에 급급하게 되고 앞 손님이 비운 자리에 다음 손님이 자리를 채우게 된다. 그러다 보니 종업원들은 제대로 위생처리도 되지 않은 걸레로 이곳, 저곳의 식탁을 닦게 된다. 식사 시간 내내 걸레 하나로 식탁을 닦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리라 생각한다. 생선으로 만든 음식은 가시나 뼈를 식탁에 뱉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광경을 목격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혐오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음식점의 청결 상태 개선을 위해서는 음식을 일인용 개인 쟁반에 담아내고 생선 뼈나 가시 등, 음식물 쓰레기를 별도로 담을 수 있는 그릇을 제공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나라이다. 이 음식물 쓰레기의 처리비용만 해도 연간 8천억 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돈이 든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과다한 반찬 제공으로 인한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 지나치게 반찬 가지 수가 많으면 젓가락 한 번 대지 않는 반찬이 허다하다. 이렇게 남겨진 반찬은 2중, 3중의 피해를 낳게 된다. 우리나라의 음식은 대부분 탕이나 찌개 종류가 많아 음식물 쓰레기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배출되는 나라이다. 남겨진 국물은 그대로 하수구로 유입돼 강이나 바다를 오염시키는 주범이 된다. 음식점에서는 기본적인 반찬은 제공하되 필요한 만큼의 양을 손님 스스로가 덜어서 먹을 수 있도록 자율화해야 한다.

 또한 음식점의 청결 상태를 손님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주방을 공개하는 것도 음식문화의 질적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 주방을 손님들이 잘 보이는 곳에 설치하거나 주방에 TV 모니터를 설치한다면 손님들의 신뢰를 한층 드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보완책은 그다지 큰돈이 드는 것이 아니다. 지금 당장의 이익보다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음식점 운영자의 혜안과 올바른 양심만 있으면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세를 가질 때 나 자신이 음식문화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높이는 주인공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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