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6:58 (토)
그래도 선한 끝은 더 좋다
그래도 선한 끝은 더 좋다
  • 하선영
  • 승인 2017.07.11 18: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하선영 경남도의원
 며칠 전 커피숍에서 옆자리에 앉은 분과 우연히 합석을 했다.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녀 교육에 대한 그분의 고민을 듣게 됐다.

 “아이한테 착하면 안 된다고 가르쳐요. 친구들이 욕하면 너도 따라 하라고, 가만있지 말라고 합니다. 착하면 손해만 보니까 친구가 때리면 너도 한 대 때리라고 해야 해요.”

 오히려 좀 못되게 굴고 남을 돕기보다는 자신만 알게 하는 것이 현실에 맞는 생존 교육이란다. 언제나 겸손하고 남을 도우며 양보도 할 줄 아는 아이로 자라야 한다고 믿었던 앎이 잘못된 것이라니! 일견 맞는 말 갖기도 하고 오죽하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 이해는 하면서도 모두 다 그래서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될 것인지 심히 걱정된다. 하기야 당장 운전하다 내 잘못도 아닌 접촉사고라도 나게 되면 되레 큰소리치는 상대에게 당한 경험이 많을 테니까.

 학부형들은 대학 전형이 너무 복잡해서 아이들 진로지도도 힘들고 오히려 단순화시켜 주는 것이 좋겠다는 푸념도 한다. 교육청이나 학교도 더 다양해진 사회와 다양해진 학부모와 아이들의 이해를 도와줄 교육정책에 대한 홍보와 안내, 다양한 진로상담 노력이 더욱 많아져야 할 것 같다.

 우리 사회는 더 복잡해지고 더 다양해졌고, 욕구는 새로운 욕구를 낳고 복지는 해도 해도 부족한 사회가 됐다. 부글부글 끓는 대한민국 2017년의 우리 현주소이다. 모두가 불만인 것 같다. 여건에 상관없이 삶의 만족도가 방글라데시보다 낮다는 말이다.

 실버스타인의 <꽃들에게 희망을> 이란 책이 있다. 이 책은 학업 경쟁에 지친 내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 준 책이다.

 나비를 꿈꾸는 애벌레가 있었다. 그 애벌레는 다른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야 하고 그것이 성공이라 믿으며 끝까지 오르고 올랐다. 어떤 애벌레는 그 무리에서 떨어져 죽었다. 그것을 밟고 밟으며 기둥 끝에 오르자 그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애벌레는 알게 됐다. 애벌레는 다른 세상이 있다는 나비의 말을 들었고 결국 기둥 끝이 아닌 새로운 길을 찾은 나무에서 오랜 기다림 끝에 결국 나비가 된다.

 그 나비는 애벌레 기둥을 서로 먼저 기어오르려 싸우는 수많은 다른 애벌레에게 외친다. 그 기둥은 끝이라고, 다른 길이 있다고. 그 결과 모든 애벌레가 길을 찾고 나비가 된다. 애벌레가 길을 찾아 그 길을 다른 이들에게 알려줘 모든 애벌레에게 행복한 세상을 열어준다는 그 책은 어린 나에게 혁명적 깨달음을 줬다. 싸우고 경쟁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다시 그 책을 봤을 때도 “내가 꽃피우게 하면 모두가 꽃이 된다”는 삶의 지혜를 되새길 수 있었다.

 덕분에 나는 내 아이들에게 단 한 번도 경쟁의 채찍질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공부를 못하건 좋은 학교를 못가건 내 아이가 그저 이 세상을 행복하게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커피숍에서 만난 그 학부모님들께 세상이 힘들면 힘들수록 이 세상은 선한 의지로 채워야 한다는 믿음을 아이들에게 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선생님들도 학교폭력이 증가하고 공주 왕자가 된 다양한 아이들을 상대하느라 경기가 끝난 링 위의 권투선수처럼 지치고 힘들겠지만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 사회에서의 양보와 협력을 가르치는 일을 포기하지 말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나도 지방정치인으로 11년째 살고 있지만 아직도 정치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안전한 세상, 정의로운 세상,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세상, 모두가 믿고 살아가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 것을 정치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의원으로서 인성 3종 조례 세트를 만들었다. ‘생태, 환경조례’와 아이들이 읽고 배울 책을 지원해 줄 ‘인문학 조례’, 학교에 숲과 텃밭을 만들어 녹색과 생명을 사랑하는 ‘학교 숲, 텃밭 지원 조례’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려면 가정과 학교의 인성교육은 필수다.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스스로 본이 돼 착한 아이들, 양보하는 아이들을 더욱 격려하며 아이들의 마음을 가꿔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은 소중한 미래다. 그 미래를 위해 어른인 우리가 씨를 뿌리는 농부의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야 한다. 우리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그들을 위해 오늘 하루도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