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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낭만적 고독
비낭만적 고독
  • 이주옥
  • 승인 2017.08.01 1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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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옥 수필가
 고독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감미로운 낭만이라고 어느 시인이 노래했던가. 무리 속에서도 고독할 수 있으면 자신에게 철저하게 몰입하는 것이라는 말은 어느 철학자의 궤변이었던가. 고독은 문인이 선택하는 가장 아름다운 영역이었다. 인간은 어느 곳에서도 근원적으로 고독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함으로써 그조차도 낭만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문학 속의 고독과 현실의 고독은 엄청난 괴리가 존재한다. 이 시대에 고독은 인간이 처한 가장 처참한 상황으로의 전락이다.

 홀로 살다 홀로 죽는 경우를 고독사라 명명한다. 고독사는 가족, 친척, 이웃, 사회에서 단절된 채 홀로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죽음에 이르고 오랫동안 방치된 경우를 말한다. 사전에도 없고 법률이나 행정용어가 아닌, 사회 통념상 용어다. 이 고독사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고독사하는 경우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고령자에게 일어나는 특별한 이야기였지만 이제 그 연령층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현실이어서 그 심각성이 더욱 크다.

 핵가족화는 단출한 나만의 독립성이나 나 자신과의 내밀한 유대감 강화에는 공헌했는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1인 가구 탄생의 단초가 됐다. 또한 1인 가구는 한 개인의 독립성이나 자립에는 성공했는지 몰라도 결국 가족 해체라는 치명적인 결과까지 초래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대가족제도는 가족의 생로병사를 책임질 수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우선은 바람직했는지도 모른다.

 고독사는 1년에 전국적으로 1천여 건 이상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는 물론 고독사 사회로 진입했다는 말이다. 경제적 기반 없는 고령화는 빈곤에 시달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빈곤은 질병에 무방비상태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홀로된 독립체는 가족과의 단절을 가져왔으니 고독사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셈이다. 홀로 질병에 시달리며 장수하노라니 결국 방치된 채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뻔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홀로 가구가 많다 보니 혼밥, 혼술은 부수적으로 따라온 현상이며 결국 홀로 죽음이 뒤따르는 현실이 됐다. 스스로 혼자에 익숙하거나 즐기지 않으면 고독은 결국 인간의 삶에 치명적인 장애물일 수밖에 없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은 번거롭고 귀찮음이 동반되며 갈등의 소지가 되지만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보호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본조건이기에 우리는 기꺼이 ‘같이’에 동참해야 한다.

 때로는 즐거움으로, 때로는 내 성찰의 시간으로 자리하던 인간의 고독이 어느새 국가적, 사회적 관리를 받아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이젠 정부나 자치구가 관리해야 하는 고독한 인구들이 행정적인 지원을 받거나 물리적인 도움을 받으며 고독으로부터 탈피를 꿈꾸고 있다. 정신적 허기로 인한 고독을 내 독자적인 정서나 영혼으로 마음의 공간을 메우는 것은 차라리 낭만이고 호사였을까. 더 이상 문학 속에 존재하는 고독처럼 어떤 동경의 상황이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고독사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거기다 가족이 있어도 시신을 인계받지 않으려 하니 무연사 마저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어떻게 사느냐보다는 어떻게 죽느냐가 인간에게 남은 가장 중요한 숙제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고독은 인간이 지닌 가장 아름다운 심연이라고 어느 시인은 노래했다. 수많은 명작소설이나 영화도 작가의 고독에서 샘물 솟구치듯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우린 고독하기 위해 홀로를 택하는 우매함은 기꺼이 버려야 한다. 더불어 삶 속에서 나를 머물게 하고 함께 살다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손 흔드는 배웅은 못 받을지라도 적어도 내가 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은 알려야 하지 않을까. 조지 버나드쇼는 ‘고독은 방문하기엔 좋으나 머물러 있기엔 쓸쓸하다’고 말했다. 고독은 인간이 들어가서 누울 궁극의 자리인지는 모르나 실질적으로는 슬픈 사치인지도 모른다. 모두가 고독하지만 그 고독에서 오는 쓸쓸함은 우리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낭만이다. 쓸쓸하지 않은 죽음이야말로 우리가 한평생 잘 살아야 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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