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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구조대, 무분별한 신고 ‘몸살’
119구조대, 무분별한 신고 ‘몸살’
  • 이강호
  • 승인 2017.08.02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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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호 함안소방서장ㆍ행정학 박사
 본격적인 여름의 폭염 속에 무더위를 피해 여행을 떠나는 피서객이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여름철 각종 안전사고 또한 빈번히 발생하며, 전국의 119 소방서 출동벨도 쉴 틈 없이 울리고 있다. 그 중 생활안전 출동 건수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전국소방서에서는 화재나 구조ㆍ구급활동 외에도 군민들의 생활밀착형 민원해소를 위해 안전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생활안전활동은 붕괴, 낙하 등이 우려되는 고드름ㆍ나무ㆍ위험 구조물 등의 제거 활동, 위해동물ㆍ벌 등의 포획 및 퇴치 활동, 끼임ㆍ고립 등에 따른 위험 제거 및 구출 활동, 단전사고 시 비상전원 또는 조명의 공급, 그 밖에 방치하면 급박해질 우려가 있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활동 등으로 소방기본법 제16조의 3(생활안전활동)에 근거를 두고 있다.

 생활안전활동 중 가장 크게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벌집 제거 활동이다. 함안소방서의 경우 올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간 생활안전활동 건수 600건 중 벌집 제거 출동 건수 200여 건으로 33.3%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동물구조 출동을 분석해 보면 총 257건으로 그 종류를 보면 위해동물로서 개 135건, 뱀 25건, 고양이 23건, 멧돼지 6건의 포획 출동했으며, 그 밖에 고라니 24건, 조류 9건, 곤충류 4건 등 기타동물을 퇴치하거나 구조했다.

 지속적으로 이런 생활안전활동 출동이 증가하는 이유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벌집 제거의 경우 농촌 지역의 노령화로 벌집 제거에 어려움이 있거나, 귀촌 인구 증가로 벌에 대한 지식 또는 대처능력이 부족해 벌의 종류와 벌집의 크기에 상관없이 신고를 하며, 막상 현장에 출동해 보면 지름 5㎝ 벌집에 몇 마리의 벌들이 있어 가정에서 살충제로 벌집 제거를 해도 될 상황이 있다.

 또한 벌집 다음으로 많은 건수를 차지하는 개 포획의 경우 상당수 신고 내용이 “지나가는 사람에게 위해를 가한다”라거나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라고 신고를 하고 현장출동을 해보면 대부분이 자기가 키우던 개가 탈출해 관리가 안 되는 상황이 상당수 있었다.

 또한 생활안전 출동 중 황당한 경우가 많다.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새벽 4시경 화장실에 벌레가 있다는 내용의 지령을 받고 출동해 현장 확인하니 화장실에 지렁이가 한 마리가 있어 출동한 대원들이 황당했던 경우가 있었고, 다른 사례로 사슴이 밭에 들어가 농작물을 밟고 다니면서 피해를 주자 밭 주인이 신고한 상황으로 현장 도착해 사슴주인을 확인했지만, 나타나지 않아 포획 후 관계기관에 이송준비 중 주변에 주민이 자기가 키우던 사슴 같다고 데리고 가야겠다 한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생활안전 출동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대부분의 경우 귀찮거나, 조금이라도 해가 될 것 같아 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신고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구조대원이 지렁이까지 잡으러 가야 하는 황당한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물론 신고 접수된 생활안전 및 위험 제거 활동을 위해 소방대가 신속히 출동하지만, 동물포획의 경우 위해동물이나 벌 등 방치하면 급박해질 우려가 있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활동에 해당되며, 무분별한 신고로 인해 긴급구조활동을 위한 출동력을 저하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국민의 곁에서 위험으로부터 구조활동을 하며, 안전의 울타리에서 지켜드리고자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몇몇 사소한 불편함의 민원신고로 인해 소방서는 여름에도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소방관들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신고하는 국민들의 의식개선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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