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정아가 부른 ‘무진장 노래’ 가사를 보면 ‘무진장’ 단어가 5번이나 나온다. 즉, ‘무진장 사랑해요 이 세상 누구보다 많이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사랑을 줄게 무진장 행복을 줄게 무진장/ 무진장 좋은 내 사랑아 힘든 세상도 우리 둘이면 무진장 행복할거야.’ 이같이 ‘무진장’이란 말을 즐겨 쓰고 있다. ‘무진장리필, 무진장여관, 무진장사랑, 무진장스님, XX가 무진장이다’와 같이 다함이 없다. 또는 무궁무진하다는 뜻으로 많이 쓴다. 그러나 요즘은 ‘아주’, ‘대단히’, ‘엄청나게’ 정도의 뜻으로 쓰고 있다.
이의 시초는 당(唐)나라 수도 장안(長安)에서 신행(信行)이 불교의 한 파인 삼계교를 창시했다. 이때 신행의 제자인 신의(信義)가 장안의 화도사(化度寺)에서 신도가 기부한 시주와 희사한 보시금을 자본금으로 해 돈을 적립한 곳이 무진장(無盡藏)이다. 우리나라도 고려 시대 절(사원)에서 고리대 놀이를 하는 장생고(長生庫)가 있었는데, 불교에서 이자(利子) 놀이를 행하는 일종이 금융기관이다. 이 무진장에서 서민들에게 낮은 이자로 무진장 돈을 대출해주고 그 이식으로 사원의 유지비에 충당했다.
불교에서는 덕이 광대해 다함이 없음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해 왔다. 한자를 해석하면 무진(無盡)은 ‘다함이 없다’는 뜻이고, 장(藏)이란 ‘창고’이므로 무궁무진하게 자원이 많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한자로 원융무애(圓融無碍)가 있는데 이는 원만하게 융합돼 서로가 방해함이 없는 상태를 말하기도 한다. 또한 고려도 불교계에서 장생고(長生庫)란 금융기관을 둬 고리대 놀이에 혈안이 된 적도 있다.
무진장은 ‘빈곤한 중생을 돕고 이롭게 함’을 무진장을 표출한다고 한다. 여기서 무진장이라 함은 바로 자비(慈悲)다. 자비 사상의 실천적 행위는 결국 보시(布施)가 된다. 무진장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준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빈곤한 중생을 돕는 것을 ‘무진장’을 실천한다고 한다. 조선 초기에도 무진장 운영이 꽤 활발했다. 일제강점기에 상호부조의 목적으로 설치된 서민금융기관인 무진회사(無盡會社)도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와 반대로 전북지방에는 ‘무진장여객’이 있는데 이는 금융과 판이한 무주, 진안, 장수 간에 운행하는 첫 글자를 따서 지난 1991년에 만든 ‘버스’ 이름임을 밝혀둔다. 지금은 인구가 줄고 이용객이 적어, ‘무진장여객’이 다시 ‘유진장(有盡藏)여객’이 되지는 말아야 하며, 불교용어인 ‘무진장’과 완연한 구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