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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마을 문화가 있는 날
백산마을 문화가 있는 날
  • 김은아
  • 승인 2017.08.07 2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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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아 가야문화예술인연합회 회장
 오늘도 어김없이 발걸음은 밀양시 백산마을 생활문화센터로 향한다. 요즘 주민들과 8월 17일을 기다리고 있다.

 생활문화진흥원이 지역 생활문화센터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지역 문화 전문인력 배치사업의 전문인력으로 선정돼 이곳을 드나들기 시작한 지 5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밀양이 고향이라 낯섦 보다는 반가움이 앞섰다. 벚나무의 마지막 꽃잎이 바람이 날리는 낙동강 변을 바라보며 꿈에 부풀었다. 이곳에서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았다. 문화 향유의 기회가 적은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생활문화를 꿈꾸며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나의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어느 누구도 반기는 사람이 없었다. 이곳의 환경과 자원에 대한 파악 없이 접근한 것이 화근이었다.

 농촌은 도회지와 달랐다. 50~60대가 청년층에 속한다. 사람이 귀한 농촌은 70대 이상의 노인들도 농사일을 하고 있었다. 센터에는 70대 후반에서 80대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우기 위해 찾는 것이 전부였다. 4월은 한창 딸기를 따고, 감자를 캐고, 고추를 따는 시기였다. 지나가는 강아지도 들로 데리고 가야 할 만큼 일손이 귀한 봄이었다.

 무엇부터 시작할까 고민하다가 마을의 환경 자원과 인적 자원을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주민들이 문화를 즐기고 향유하고 싶은 욕구는 있으나 시설재배 작물의 수확 시기인 4~5월은 정신없이 바빠 시간적, 마음적인 여유가 없었다. 6월은 모내기가 있어 바쁘고, 여유가 있는 시기는 7, 8월이었다.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하다가 주민들과 함께 즐기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다. 바쁜 농사일로 시내를 나가 영화 관람하기도 힘든 분들이기에 가까운 센터에서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로 했다.

 5월부터 매달 ‘백산마을 문화가 있는 날’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가까운 예술가들의 재능봉사로 공연을 준비했다. ‘문화가 있는 날’ 행사는 시작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5월에는 주민들이 가장 즐겨 부르는 대중가요 가수들의 무대를 마련했다. 호기심으로 찾은 주민들이 많았다. 센터 운동장 한가운데 느닷없이 벌어진 행사에 의아해하는 주민들도 많았다.

 6월에는 전통무용과 노래를 무대에 올렸다. 인간문화재를 무대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았던 때문일까, 많은 분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바쁜 일손을 조금 쉬어가는 7월에는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주민 노래방’을 진행했다. 쑥스러움이 가시지는 않았으나 무대에 오른 주민들의 장기자랑은 함께 하는 주민들의 흥을 돋우는데 큰 몫을 차지했다.

 8월에는 신나는 예술여행의 도움을 받아 주민들이 직접 기획과 운영에 참여하는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들뜬 마음으로 주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각자의 역할을 정하고 있다. 8월 17일이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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