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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갑질’ 성역없는 수사 기대한다
‘대장 갑질’ 성역없는 수사 기대한다
  • 경남매일
  • 승인 2017.08.09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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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으로 공분을 사고 있는 박찬주 육군 대장이 군 검찰에 출석해 16시간 가까운 마라톤 조사를 받고 9일 귀가했다. 박 대장은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취재진에 “그나마 이렇게 해명할 기회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군 검찰의 조사에서 박 대장은 지난해 부인의 공관병에 대한 부당 대우 의혹을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경고받고 부인에게 호통을 치고 한 달 정도 별거 생활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관병을 대하는 부인의 태도가 잘못된 일인 줄은 알았지만, 사모님의 기를 꺾지 못한 게 결국 군복을 벗게 된 원인이 될 줄은 박 대장도 몰랐을 터다.

 남북이 갈라진 대한민국의 성인남성이라면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군대라는 곳을 가게 된다. 우리나라의 성인남성 대부분이 이곳에서 처음 계급 사회를 경험하게 된다. 사람이라고 모두 사람대접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기분 나쁜 경험 말이다. 박 대장 부부가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공관병을 호출할 수 있는 전자기기를 이용했다거나, 장성부부가 사용하는 화장실을 공관병에게 사용하지 못하게 한 행위, 마당에서 골프연습을 하면서 공관병에게 골프공을 줍게 했다는 등의 이야기는 현역으로 군 생활을 마친 이 나라의 남성에겐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만큼 이 나라 군대가 권위적이라는 것이다.

 군 검찰은 이날 박 대장이 쓰던 대구 2작전사령부 공관, 집무실, 경기도 용인과 충남 계룡시 집, 2작사 일부 사무실 등 5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 수색을 실시했다. 군 검찰은 박 대장 부부의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뿐 아니라 냉장고 등 공관 비품을 무단으로 가져갔다는 의혹을 포함해 그동안 제기된 여러 의혹을 폭넓게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대장을 상대로 군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군 검찰의 성역없는 수사로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는 게 당연하게까지 여겨지는 대한민국의 군대가 조금이라도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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