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08:26 (수)
자주땅귀개가 주는 교훈
자주땅귀개가 주는 교훈
  • 한상균 기자
  • 승인 2017.08.09 2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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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균 남부본부장
 개발과 보존은 개발현장에서 가장 상충하는 현상이다. 지난 88올림픽 이후 사회 대변혁 시대를 맞게 되면서 생활여건이 급변하는 시대를 맞았다.

 가장 큰 변화가 주거환경과 도시기반시설 구축이다.

 작금의 실태는 산 중턱에까지 아파트가 들어서고 도로가 뚫리면서 이해관계는 더욱 복잡해져 가고 있다. 따라서 개발지에 복병이라도 나타나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폐단까지 등장하게 돼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아비 도래지, 수달서식지, 애기등, 최근에는 자주땅귀개 등 멸종위기 동식물은 지역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아비 도래지는 거제 인근 바다에 아비 새가 월동을 위해 도래한다는 이유로 천연기념물 제227호, 거제해안선 432㎢를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윤모(75ㆍ거제시 거주) 씨는 지난 1991년부터 와현해수욕장 인근에 관광호텔을 건립하려다가 아비 도래지의 복병을 만났다. 해안선에서 육지부 500m까지 문화재보호구역 조항 때문에 지리한 공방을 하다 다행히 법령개정으로 해상부로 한정되는 바람에 허가를 받았으나 도산하고 말았다.

 더불어 수달 발견 소식은 늘 언론의 추적을 받았고 수달서식지보호지 또한 개발의 발목을 잡는 요소로 등장했다.

 비슷한 시기 고란초가 유명세를 떨쳤다. 하청면 덕곡해안 바위에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된 고란초는 이후 덕곡만매립, 조선기자재공장건립 등의 정점에 섰다. 지난 2005년 보호종에서 빠졌다.

 등나무의 일종인 애기등은 거제뷰골프장 건립허가과정에서 드러나 진통을 겪다가 골프장은 건립됐다. 애기등도 보호종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슈는 자주땅귀개다. 역시 산지개발허가과정에서 복병으로 나타났다.

 사등면 일대 3만 164㎡(9천125평) 부지에 농어촌관광휴양단지를 건립하는 사업지에서다. 낙동강유역청의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협의과정을 거쳐 지난 2014년 2월 19일 거제시 승인을 받은 사업이지만 지역 환경단체의 고발로 지난해 2월 19일 공사중지명령을 받고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수행 중에 있다.

 자주땅귀개는 식충식물로 산속 습지, 계곡 주변의 물기가 많은 곳, 평탄한 지역의 습지, 큰 나무들이 없어 해가 잘 비치면서 땅이 축축한 곳에서 잘 자란다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다. 꽃줄기는 하나가 높고 길게 솟아오르는데 높이는 8㎝ 정도이다. 8~9월에 꽃줄기 아래쪽부터 짧은 꽃자루가 어긋나게 올라가며, 푸른빛이 도는 연한 자주색 꽃이 아래서부터 피기 시작한다는 것이 도감의 자료다.

 거제 전역의 산지 늪에서 위와 같은 조건을 갖춘 곳이 과연 있을까 의문이 든다.

 120억 원을 투입해 숙박 휴게음식점, 사계절 레일썰매장, 허브와 유실수 체험장, 체험공방 등을 건립하는 사업이 승인을 받고도 자주땅귀개에 발목을 잡혀 3년 반 동안 중단된 상태다.

 이 사건에 관련 부처의 탁상행정을 꼬집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A(58ㆍ공무원)씨는 “환경부가 입지를 고수하기 위해 개혁에 둔감하다”면서 “산림이 방치돼 거대한 밀림을 이루고 있는 자연에서 8㎝ 이하 식물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B(65ㆍ농업관련사업)씨는 “묘지 벌초도 몇 년 미루면 찾기가 힘들 정도인데 젓가락보다 가는 키 8㎝의 식물을 놓고 민간사업을 어렵게 하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혹평한다. C(67ㆍ전직 농업교사)씨는 “땔감 의존도가 높을 때 산지는 적정수준이어서 목본류와 초본류의 균형이 가능했지만 현재 산림은 초본류가 거의 자취를 감췄고 특히 햇볕이 들어오는 산지 늪에서 자라는 아주 저층 식물은 거의 멸종상태”라고 지적한다.

 필자는 최근 산지 늪지대 몇 곳을 답사해봤다. 거제면 명진리, 동상리 산지 늪은 너무나 잘 아는 곳이라 호기심을 갖고 찾았지만 이미 허리 위까지 웃자란 잡풀을 헤집기란 불가능할 정도였다. 잡목과 소나무까지 습지를 점령해 키 작은 식물은 퇴출된 상태다. 인근 공동묘지로 나왔지만 지천에 늘렸던 할미꽃, 산붓꽃 등은 한 개체도 찾을 길이 없었다.

 멸종위기 식물을 보호하려는 입장도 가상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보호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현장을 모르면 상대방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기게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문제 된 현장 어느 곳에도 이 식물 보호구역을 지정했다는 근거도 찾을 수 없는 상태에서 뒷말만 무성하다.

 자연산림은 이미 방치된 상태다. 보호종이라고 해서 인위적으로 관리할 차원을 넘어섰다. 그렇다면 자연의 생존질서에 맡겨야 한다.

 수목은 생존하고 그 아래 초본류는 점차 소멸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임을 직시하고 적절한 대책을 수립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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