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30 00:19 (토)
AI 디스토피아의 망령
AI 디스토피아의 망령
  • 이광수
  • 승인 2017.08.16 2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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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 소설가
 얼마 전 테슬라 모터스의 회장 일론 머스크는 인공지능시대의 도래를 인류 대재앙이라며 비관적인 예측을 했다. 그는 인공지능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에서 북한보다 더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대중에게 위험성이 있는 모든 것이 규제를 받듯이 인공지능도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반면 페이스북 회장인 마크 저크버그는 일론 머스크와는 다른 낙관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AI 기술발전은 미래를 더욱 안락하고 편리하게 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페이스북의 AI 채팅붓들이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문법으로 자기들끼리 대화하다 강제 중단된 일이 있다. 이는 AI가 인간을 배제하고 소통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AI 낙관론자 저크버그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미국 최고의 자동차 주식 부자와 세계 최고의 부자가 내린 인공지능시대의 예측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신작 ‘호모 데우스’ 홍보 차 내한한 유발 하라리가 기자회견에서 한 말에서 그 해답을 구해보자. 그는 전작 베스트 셀러 ‘사피엔스’로 한국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이스라엘 출신의 사상가이자 작가이다. 그는 “지금 인류는 인공지능을 필두로 한 기술혁신에 몰두하느라 인간의 마음이 지닌 잠재력을 깨닫지 못한 채 그것을 영영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고 했다. 인간이 인공지능의 메커니즘에 함몰돼 인간 본연의 심성을 잃어가는 것에 대해 경고를 보낸 것이다.

 그는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모든 운용시스템이 인공지능 관련 기술과 지식에 의해 소수의 특정계층에 독점적으로 귀속되는 상황이 심화될 때 돌이킬 수 없는 불평등이 야기될 수 있다고 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행하는 행동들이 자신의 자주적 판단보다는 IT로 무장된 스마트폰이나 사물인터넷으로 네트워크화된 시스템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상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가정이나 사회생활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신체적 접촉이나 대면이 아닌 기기로 연결된 통신시스템으로 대신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거리를 걸을 때나, 버스 안에서나, 가족들이 함께 모인 저녁 식탁에서 조차 사람과 사람의 대화는 실종되고 기계 조작에 몰두하는 현상이 일상화됐다. 머릿속은 온통 기계음과 메시지로 전달되는 신호체계의 올가미가 된 채 전전긍긍한다. 우리는 그런 기기가 우리의 신체를 벗어날 때 불안감을 느끼며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한다. 이런 현상은 사물 인터넷이 범용화되면 더욱 심화 될 것이다. 어쩌다 예비 배터리마저 소진되거나 집의 전기 시스템이 고장 나서 소통 부재 상태가 되면 그 불안감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두발 하라리가 우려하는 AI의 올가미이다.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의 모델은 이미 영화 ‘엑스 마키나’(2015년 개봉작)로 구현됐다. 인공지능 사이보그와 인간이 사랑을 나누는 이런 비현실적인 상상은 예전에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봤던 세상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 인간을 대신한 로봇의 역할이 어디까지 될지 상상을 불허한다. 쇼핑몰의 안내데스크는 물론 공장자동화를 넘어 신체의 일부분인 로봇 팔과 로봇 다리의 대체와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이해하는 인공지능까지 갖춘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인공지능 기술이 인류에게 부여할 혜택이나 편리성을 기업이나 연구자들이 그 기본 속성이 지닌 위험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발 하라리는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수십억 명의 대량 실업자를 양산할 수 있을 것이며, 역사상 가장 불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며 AI가 소수의 인간에게만 권력을 쥐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정보의 중앙 집중화가 인공지능에 의해서 가능해지는 AI 디스토피아의 출현에 대한 경고이다. 한 때 복제 양 ‘둘리’의 탄생에 따른 생명복제의 윤리성 문제로 세상을 혼란스럽게 한 적이 있다. 줄기세포 분열에 의한 제2의 인간복제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생명과학계의 자정작용으로 잠잠해졌다.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크버그 두 CEO가 다르게 예측하는 인공지능 시대의 명암은 지금까지 인류가 성취한 발전을 바탕으로 잃어가는 인간 본성을 되찾는 노력 여하에 따라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로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AI 시대의 위험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가 무언가를 할 수 있음을 일깨워 주며 기술이 결정하는 것은 없고, 아직은 인류에게만 그 결정권이 있다”는 유발 하라리의 메시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항상 위험성에 대한 대비로 인류가 발전해 왔다는 것에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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