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1 00:18 (일)
문구점 앞 오락기부터 인터넷 불법 사이트까지
문구점 앞 오락기부터 인터넷 불법 사이트까지
  • 이수정
  • 승인 2017.08.21 18: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수정 창원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여성청소년계 순경
 최근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대중매체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청소년에게 노출되면서 청소년의 문화, 가치관, 범죄 등이 점차 성인화 돼 가고 있는 추세이다.

 이제는 절도, 강도, 성범죄 등 5대 범죄뿐만 아니라 도박처럼 ‘설마 우리 아이들이…’라고 생각할 분야까지 청소년의 무궁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청소년의 도박은 어디서부터 그 역사가 시작된 것일까? 우리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그 시작은 문구점 앞 작은 오락기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한 달에 한 번씩 아버지의 빈 술병을 팔아 200원, 300원을 받으면 신나서 빈 구루마를 끌고 문구점으로 달려가곤 했다.

 문구점 앞 작은 오락기는 마치 나를 지켜보고 있는 듯이 ‘야! 너, 나랑 가위바위보 한판 할래?’라는 음성과 함께 화려한 불빛을 선보이며 나를 유혹하곤 했다. 그 유혹에 이끌려 100원을 넣고 오락기 녀석(?)과 가위바위보를 했고 이기면 녀석은 동전 모양의 코인을 뱉어냈다. 코인은 문방구 아주머니에게 내면 맛있는 과자로 바꿔주는 유가증권의 하나였다.

 최근에 유명 인터넷 개인방송 BJ의 방송을 보다가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린 시절 나처럼 오락기 앞에서 열심히 오락을 하고 있는 초등생의 모습을 보고 흐뭇함을 느끼기도 잠시… 오락기 녀석은 더 이상 예전에 내가 알던 그 녀석이 아니었다. 코인 대신 실제 동전을 뱉어내고 있는 녀석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사실 그보다 더 큰 충격은 도박에 빠진 어른들의 모습을 영상 속 초등생들의 맑은 얼굴에서 비춰졌기 때문이었다. 그 시절의 오락기도, 그 시절의 초등생도 아니었다.

 학교전담경찰관으로서 청소년비행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니 돈 뱉는 오락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고, 최근에는 인터넷 불법도박 사이트에서 스포츠, 게임 등 각종 확률게임을 통해 청소년들이 도박을 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당장에는 청소년의 도박을 통한 경제적 손실, 도박의 지속성과 심화 우려, 각종 성인범죄로 이어지게 되는 악순환 등이 문제로 다가올 수 있지만 멀리 내다봤을 때, 우리 청소년들이 땀 흘려 돈을 버는 건강한 근로정신이 아닌 도박을 통해 작은 노력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일확천금의 헛된 꿈을 가지게 된다는 점이 큰 문제이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청소년 도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전국에 지부를 두고 있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를 통해 도박 관련 상담과 치유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형법 제246조에 의해 도박을 한 사람은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법으로 그 처벌규정을 명시해 놓은 만큼 도박은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법적 처벌을 받는 엄연한 범죄임을 청소년들에게 인식시켜 그들이 스스로 도박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예방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청소년 범죄 인식제고에 우리 학교전담경찰관이 앞장서서 노력해 청소년들의 푸른 꿈을 지켜내고자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