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잔학무도했던 지난날의 역사를 읽고 있었지요. ‘전범재판’이라는 책과 ‘1910년 그들이 왔다’라는 책을 뽑아서 말입니다. 아주 흥미로운 내용이더군요. 중요 전범인 도죠히데키의 이력과 사멸, 그리고 맥아더 장군에게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일본 천황은 신이 아닙니다”라는 죽어도 하기 싫은 말을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어 일본 전국에 뿌렸다는 일본 천황의 비굴함을 열심히 읽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려댔던 겁니다.
사람이 그렇지 않습니까? 무슨 일에 열중하다 보면 자기 전화벨 소리도 긴가민가할 때가 있는 거 말입니다. 한참을 아니 한 2~3초간 전화벨 울리는 것이 좀 길게 느껴질 때쯤 “아! 이거 내 전화기 벨 소리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퍼뜩 들었던 것입니다. 당황스러운 상황이라 나도 모르게 호주머니 위를 꾸욱 눌렀더니 소리가 좀 작아지는 것 같았는데, 어라! 주위의 책 읽던 사람들 시선이 나한테로 집중되더군요. 첫 경험이라 어리둥절 그 자체더군요. 게다가 또 빨리 대처한다는 것이 얼떨결에 전화기를 호주머니에서 꺼내 받았다는 겁니다.
아들이더군요. “아빠! 저녁 드시러 오세요!” 하는데 그것참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던 겁니다. “알았다. 도서관이다. 끊어라!”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갑자기 앞에서 천둥 치는 소리가 들렸던 겁니다. “나가서 받으세요. 진동으로 하시고요!” 어느새 도서관 여직원이 달려와 앞에 서서 노려보고 있더군요. 아, 이번에는 황당 시츄에이션이더군요. 안 그래도 미안한 마음에 앞이 보이지 않는데 여직원이 소리를 지르니 말입니다. 늘 도서관에 오면 전화기를 진동으로 해놓고 하는데 어제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