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3:20 (토)
도서관에서 혼난 이야기 ②
도서관에서 혼난 이야기 ②
  • 박상길
  • 승인 2017.09.04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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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길 소설가ㆍ시인
 나이가 쉰을 넘어가면 전화기는 시계 대용으로 전락하는 형편이라더니 또 달리 전화 올 데도 없고 해서 진동으로 안 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쨌든 미안한 김에 밖으로 나와서 집에다 “먼저 저녁을 먹어라!”고 전화를 하고 다시 들어가 책을 읽는데 가만히 생각하자니 화가 좀 나더라고요. 아무리 내가 실수를 했기로서니 그 여직원의 나무라던 목소리가 내 전화벨 소리 못지않게 컸다는 사실이 뒤늦게 뒤통수를 치는 겁니다. 그래도 내가 이 도서관의 유래 있는 고객인데 고객이 실수를 좀 했다고 하더라도 이 백주대낮 대중환시리에 그렇게 큰 소리로 나무랄 수 있는 일인가 싶기도 하고 그 여직원의 꾸중하는 방법에 있어 뭔가 좀 틀린 거 아닌가 싶기도 하더라는 겁니다.

 도서관의 모토가 정숙이라면 그 여직원 역시 그렇게 목소리를 크게 낼 것이 아니라 조용히 손짓으로 나가서 전화를 받으라는 시늉을 해줬더라면 얼마나 고마웠을까 하는 바람 같은 거 말입니다. 전화기 하나도 다스리지 못하는 놈이 바라는 것도 많다고 하면 할 말이 없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도서관에서 돋보기 끼고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춘 사람이라고 좀 봐줘도 될 터인데 머리털이 허연 사람을 그렇게 무참하게 찌그러지도록 혼을 내는 것이 고객에 대한 예의인가 하고 말입니다. 전화기를 진동으로 안 해 놓은 나 스스로가 무지 미안함을 느끼고 있는 와중에 그리 몰아세우니 본인이 성인군자가 아닌지라 뒤늦게 뿔딱지가 좀 나더군요. 솔직히 그게 뭐 사람 죽인 죄도 아니고 말입니다. 겁나서 어디 도서관 가겠수? 밤 10시 반쯤에 도서관을 나오면서 그 여직원을 한 번 더 째려보면서 말했습니다. “가시나 그거 되게 못 됐네.” 물론 안 들리게 혼자 구시렁거린 겁니다. “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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