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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서 삼략의 리더십
병서 삼략의 리더십
  • 이광수
  • 승인 2017.09.04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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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 소설가
 삼략(三略)은 무경팔서(武經八書)의 육도(六韜)와 함께 ‘육도삼략’으로 불리는 고대 병법서이다. 무경구서 삼략은 무경팔서 육도와는 달리 병서라기보다 치국, 치민, 치군서라고 할 정도로 사변적이다. 나도 삼락을 접하기 전에는 임전 시 전개할 구체적인 전략전술을 기술한 병서로 생각했다. 삼략의 원문은(한문) 3천800여 자로 전장에 임하는 최고 통치권자나 장수들이 취해야 할 치국, 치민, 치군의 행동강령을 정한 윤리 규범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전장에 임해서 취할 용병술이나 전술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전술은 없다. 삼략 역시 무경팔서 육도와 마찬가지로 저자에 대한 기록이 명확하지 않아 태공망(강태공) 여상이라는 설과 전설적인 도인 황석공(黃石公)이라는 설이 있다. 하지만 삼략의 원래 명칭이 ‘황석공 삼략’이라는 기록으로 미루어 볼 때 그의 저작임을 짐작할 수 있다(무경십서: 신동준). 저자가 누구든 무경칠서에 추가해 고대 중국의 십대병서로 전래된 것을 보면 육도와 함께 병서의 고전으로 취급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삼략(三略)의 략(略)은 기략(機略)으로 중요한 사안의 시기적 흐름을 쫓는 방략(方略)을 말한다. 삼략은 임전 시 취할 임기응변을 많이 망라해 놓았으며 상략(上略)ㆍ중략(中略)ㆍ하략(下略)으로 구성돼 있지만 이는 편제상 구분한 것일 뿐 별 의미가 없다. 삼략의 사상적 근저는 노자 도덕경이지만 유가, 법가사상도 많이 내포하고 있다. 삼략의 사상적 특징을 몇 가지로 요약해 보자. 첫째가 민부병강(民富兵强)사상으로 손자병법 등 다른 병서와는 달리 부국의 뿌리가 민부에 있음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둘째로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불의한 자를 토벌한다’는 주폭의전(誅暴義戰) 사상이다. 이는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군자는 늘 두려워하며 도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애쓴다”는 ‘부득이용병’과, 맹자사상의 ‘폭군방벌론’을 함께 거론함으로써 제자백가의 ‘병가사상’을 하나로 녹여내어 다양한 병법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셋째가 거현치군(擧賢治軍)사상으로 ‘현자를 발탁해 군사를 다스려야 나라를 안정시킬 수 있고, 적군도 능히 제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삼략의 내용이 단순히 치군의 경지를 넘어 치국, 치천하 사상임을 알 수 있다. 삼략은 상, 중, 하략으로 구분 지어 놓았으나 병서의 경지를 넘어 유가, 법가, 도가사상을 병서에 접목시킨 리더십 이론 같은 느낌이 든다. 삼략은 단순한 치군술의 이론적 서술이 아니라 치국과 치민을 중시하는 리더의 윤리 규범을 열거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삼략의 상략(上略) 살펴보면 대부분 옛 병서인 ‘군참(軍讖: 저자미상)’에 나오는 병법을 인용하고 있다. 천지자연과 용법, 천자와 제후, 호령과 군정, 양장과 웅군, 상벌과 관원, 현사와 장수, 덕목과 주의사항, 계책과 비밀, 예우와 포상, 은덕과 양육, 부민과 빈민, 폭정과 망국, 군신과 도덕, 붕당과 국난, 호족과 국난, 간신과 국난, 관원과 국난, 현자와 불초자, 군권과 신권, 아첨과 국난, 간웅과 충신 등 병서 ‘군참’에 나오는 내용들이다. 중략(中略)에서는 군주는 때에 맞게 치도를 행하면서 전장에 임하라고 했다. 중략은 고대 병서인 ‘군세(軍勢: 저자미상)’의 치술을 인용하고 있다. 군명과 지휘권, 지휘와 권술, 병술과 재정, 의사와 지사, 군주의 덕과 위엄, 군제와 권변을 논하면서 패자로서의 군주지략을 기술하고 있다. 하략(下略)에서는 군주는 성쇠의 이치를 터득해야 함을 권계하면서 현인과 성인, 예악과 흥망, 내치와 외정, 순리와 역리, 도덕과 인의, 명령과 정사, 현인과 정사, 선인과 악인, 의심과 의혹, 흉민과 역천, 청백지사와 절의지사, 군자와 명군, 성왕과 부득이용병, 권신과 사민, 현신과 간신, 대신과 군주, 현자와 군자, 이해와 흥망 등 인재 등용과 군자의 도를 마치 도덕경을 보는 듯 나열하고 있다.

 위에서 열거한 삼략의 내용을 요약하면, 상략은 예악과 상벌을 언급하면서 간웅을 판별하고 성패가 갈리는 배경을 설명해 놓았다. 중략에서는 황도와 제도, 왕도, 패도의 차이를 논하면서 상황에 따른 치도의 의미를 설명해 놓았다. 하략은 도덕에 대해 언급하면서 국가 안위를 살펴야 할 이유와 현인을 해쳐 화를 부르는 배경 등을 설명해 놓았다. 이는 군주(리더)가 상략의 이치를 깊이 깨달으면 현인을 임용하고 적장을 사로잡을 수 있으며, 중략의 이치를 터득하면 장수를 제어하고 병사를 자유자재로 통솔할 수 있다. 하략의 이치를 깊이 깨달으면 국가 흥망성쇠의 변화를 밝게 알기 때문에 나라의 기강인 국기를 바르게 잡을 수 있다. 이처럼 삼략은 손자병법 같은 직접적인 군사전략서라기보다 전장에 임해 군자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패자지도를 도덕경, 유가, 병가, 군참, 군세 등을 원용해서 육도와의 균형 잡힌 전략을 구사하게 한 병서라고 생각한다. 삼략은 군사뿐만 아니라 기업 CEO나 관료조직의 리더라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할 고전이라고 생각한다. 가을 기운이 완연해졌다. 고전의 큰물에서 옛 성현들의 가르침을 음미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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