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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장 내 분전반! 위험천만!
신발장 내 분전반! 위험천만!
  • 김한상
  • 승인 2017.09.04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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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상 한국전기안전공사 김해양산지사장 공학박사
 최근 2년간(2015-2016),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전체 전기화재 건수 및 인명피해는 각각 1만 5천323건, 628명이며 주거시설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4천176건이 발생해 27.2%를 점유했으며 주거시설 형태로는 단독주택 1천835건, 아파트 1천56건, 다가구주택 438건 순이다. 인명피해는 314명으로 50%를 차지했으며 주거시설 형태별로는 아파트 94명, 단독주택 118명, 연립주택 18명 순이다.

 또한, 전체 전기화재 중 전기설비에서 발생한 화재 건수 및 피해액은 각각 1천426건, 43.9억 원이며, 분전반에서 발생한 화재는 774건으로 54.2%, 피해액은 29.2억 원으로 66.5%를 차지했다.

 분전반 내부의 화재는 누전차단기 등의 개폐기 1, 2차 측 접속 나사가 이완돼 발열하거나, 개폐기 상단표면에 수분, 먼지 등이 축적돼 발생하는 트래킹 등이 주된 원인이다.

 주택에서의 인입구 분전반은 가정의 전기설비에 전기를 공급하고 댁내 각종 가전제품, 고정된 조명기구, 배선 등에서 합선, 누전 등 각종 이상 상태가 발생 시 회로를 신속히 차단함으로써 감전, 전기화재 등의 전기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안전장치이므로 누전차단기가 정상적으로 동작하는지, 분전반 내부에 어떠한 이상은 없는지를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전반이 은폐된 장소인 신발장 안에 있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이러한 배경은 건축디자인의 시각에서 분전반은 실내공간과 어울리지 않아 안 보이는 곳에 감추고 싶은 물건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며 최근에 짓는 아파트의 경우 수납공간의 확대로 신발장 안에 설치하는 사례가 오히려 더 심화되는 추세이다.

 실제 현장을 보면 분전반 커버가 없이 개폐기 충전부가 그대로 노출된 경우, 분전반 커버를 열 수 없어 점검이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있으며 분전반 가까이에 다양한 가연성 물건 심지어 페인트통, 스프레이와 같은 인화성 물건까지 쌓아놓은 경우가 허다하다.

 분전반 설치에 관한 국내 전기기준에서는 옥내에 시설하는 저압용 배ㆍ분전반의 기구 및 전선은 쉽게 점검할 수 있도록 할 것만 언급하고 있어 신발장과 같은 은폐된 장소를 포함해 ‘쉽게 점검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대한 논란이 상존하고 있다.

 KS규격에서는 주택용 분전반은 난연성의 재질을 사용토록 규정하고 있으나, 2017년도 상반기(1월~6월) 일반용 전기설비 사용 전 점검 부적합 결과(총 3천28건)에 의하면 불연성, 난연성 미사용 등 배ㆍ분전반 부적합도 11.4%(347건)를 점유하고 있어 규격에 미달하는 일반 합성수지제 분전반을 아직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규정은 우리와 사뭇 다른데 미국, 캐나다는 옷장과 같이 가연성 재료로 된 장소에는 절대로 분전반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경우 늘어나는 주거시설 분전반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부터는 주거시설의 분전반은 함 자체가 불연성의 것이거나 또는 불연성의 함에 수납하도록 법을 개정했으며 ‘불연성’의 재료는 철제를 언급하고 있다.

 실제 사용 중인 주택용 분전반의 재질과 설치 장소도 역시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모든 주거시설이 합성수지제의 플라스틱 분전반인 데 반해 미국, 영국, 일본 등은 철제로 된 분전반을 대부분 사용하고 있으며, 설치장소의 경우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외국은 거실, 복도 등 쉽게 눈에 띄는 장소에 설치돼 있다.

 현재 주거시설은 법적으로 3년에 1회 실시하는 정기점검(자가용 수전설비를 갖춰 자체 안전관리를 하는 대단위 주거시설은 제외)이 있으나 맞벌이로 인한 부재 수용가의 증가, 외부인의 출입을 꺼려하는 사회적 분위기 등으로 인해 주거시설의 전기안전관리 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사용자의 전기안전의식도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시 돼야 할 것은 전기설비 자체의 근원적인 안전 확보이므로 주거시설의 전기화재 예방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주택용 분전반의 안전관리에 관심을 갖고 다음 사항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 긴급상황 시 신속히 개폐기를 조작하기 위해 분전반의 위치를 파악해 둬야 한다. 둘째, 분전반이 신발장, 벽장 안에 있다면 주위에 인화성, 가연성의 물건은 깨끗이 치워 둬야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 셋째, 한 달에 1회 누전차단기의 테스트버튼을 눌러 확인해야만 안전장치의 정상적인 기능수행을 보장할 수 있다.

 주거시설의 전기화재 예방을 위해 유지관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근원적인 대책 마련이며, 이를 위해 주택용 분전반을 은폐장소가 아닌 독립된 공간에 설치하도록 기술기준을 시급히 개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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