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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여, 괴짜가 돼라
청소년이여, 괴짜가 돼라
  • 신화남
  • 승인 2017.09.07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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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화남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
 몇 년 전, 대입 수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이 서울대에 원서를 넣었으나 떨어졌다. ‘세상에 이럴 수도 있나?’하고 눈이 휘둥그레진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를 돌이켜보면 그 학생에게는 참으로 미안한 일이지만 ‘그래도 한국 교육에 희망은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됐다.

 그 학생은 면접관 앞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답게 사는 길인지, 인생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한다. 오로지 일류대와 출세를 목표로 공부만 열심히 한 우등생이었다.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어느 부모나 교사든, 공부 잘하는 자녀나 제자를 싫어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공부만 잘하는 학생’은 공부는 못해도 친구들과 놀기를 좋아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학생만 못하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선생님 말씀 잘 듣고…’라는 말을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여기며 자랐다. 잘 노는 아이들은 영락없이 문제아로 낙인이 찍혔고 장래가 매우 걱정되는 아이로서 부모님의 우환덩어리가 됐다. 그런데 그런 괴짜들이 오히려 성장해서는 열심히 공부만 한 사람들보다 인간관계의 폭이 훨씬 넓고 잘 살더라는 것이다.

 가수 싸이(본명 박제상)는 무명시절부터 엉뚱하기 짝이 없는 괴짜 중의 괴짜였다. 그가 노래를 부르며 추는 춤은 거의 막춤에 가까운, 격식과 품위를 전혀 갖추지 않은 파격적인 것이었다. 미치도록 소리 지르고 흔들어대는, 그래서 그의 예명이 싸이(싸이코)인 것이다. 그는 자신의 예명처럼 미친 듯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때는 완전히 음악과 춤에 함몰됐다. 그리고 마침내 세계인을 춤추게 한 유명가수가 됐다.

 물론 그렇다고 이 세상의 모든 가수가 싸이처럼 미친 듯이 노래 부르고 춤을 출 이유는 없다. 때로는 감성적 발라드도 필요하고 트로트도 있어야 한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땅의 청소년들이 자신의 주관적 사고나 꿈과 이상이 없이 맹목적으로 윗사람들의 요구에 의해 길들여지는 로봇형 인간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지시대로 움직이는 로봇형 인간은 반항도, 방황도 없다. 기성세대를 맹종하고 익숙해져 있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지 못한다면 개인이든, 사회든, 국가든 퇴행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역사는 대부분 괴짜가 만들어 간다. 괴짜는 상식의 틀을 거부하고 익숙한 것에 대해 충격적인 반란을 시도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인간은 새처럼 날개가 없기 때문에 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라이트 형제는 이 상식적인 고정관념에 반론을 제기하며 ‘인간도 날개만 달면 새처럼 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형제는 즉각 이를 행동에 옮겼다. 괴짜는 비상식을 상식으로 만들어버리는 사람들이다. 에디슨이 그러했고 스티븐슨이 그러했으며 싸이가 그러했다. 오늘날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자유학기제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바람직한 교육 방법이다. 적어도 한 학기 동안은 공부나 시험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도전하고 싶은 것에 후회 없이 도전하고 실패해 보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도전과 실패를 경험해 보지 않는다면 나이가 들어서는 어떤 도전도, 실패도 하기 어렵다. 그리고 나이 들어서 하는 실패는 인생을 절망의 나락으로 빠뜨릴 위험성이 농후하다. 도전이든 실패든 어린 시절에 경험해야 한다.

 미국의 미시간주 앤아버에는 ‘실패 박물관(New Product Works)’이 자리 잡고 있다. 실패 박물관에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집한 10만여 점의 실패 상품들이 빼곡하게 전시돼 있다. 이 박물관의 설립자 멕메스는 수십 년에 걸친 연구와 수집을 한 뒤 1990년에 다양한 실패작들을 전시한 실패 박물관을 설립했다고 한다. 실패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대표적 실패 상품들을 살펴보면 ‘연기 안 나는 담배’, ‘무색 콜라’, ‘스프레이식 치약’ 등이 있다.

 멕메스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저 신제품을 모아놓을 뿐이다. 그런데 매년 출시되는 신제품 가운데 34~80%는 실패한다. 그래서 이 박물관이 실패 박물관이 된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어떤 일에도 도전할 수 없다. 따라서 성공도 있을 수 없다. 우리가 등산가에게서 얻는 교훈은 죽음을 무릅쓰고 어떤 시련과 고난 속에서도 정상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불굴의 정신이다. 등산가의 정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세상에 제일 미친 짓이 등산’이라고 할 것이다. 그들은 과연 무엇을 얻기 위해 살을 에는 추위와 배고픔,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산을 오른단 말인가! 그러나 인류의 역사는 이러한 괴짜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 땅의 청소년이여, 상식의 틀을 거부하고 스스로 괴짜가 돼라. 남들이 가는 넓은 길로 가지 말고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새로운 길을 그대들이 만들어 가라. 이 길이 거칠고, 험한 길이라 하더라도 여기에 그대들의 꿈이 있고 이 나라의 미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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