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국방력 부문은 어떠한가. 국방비용의 측면으로 자국의 국방력을 매기고자 한다면 답은 ‘발전했다’고 내릴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방비용을 북한과 비교했을 때 그 차이는 현저하게 나타난다. 남한 국방비용의 고작 40분의 1이 북한의 국방비용의 전부라고 한다면 가늠이 되는가. 그러나 그 비용의 ‘실질적인 운영’에 있어서는 비판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토록 적은 비용을 가지고도 북학은 자력으로써 수소폭탄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살상 무기를 만드는 북한의 행위를 옹호하고자 꺼내는 말이 아님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할 부분은 ‘수소폭탄’이 아니라 바로 ‘북한의 국방 자력’이다. 즉, 북한의 40배나 되는 국방비용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대한민국이라는 세계 10위의 강국이, 국방 부문에서 자력으로 제대로 서지 못하면서 미국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코미디다.
미군이 없으면 남과 북의 전쟁에서 남한이 필패할 것이라 말하는 친미(親美)의 별들이 자주국방의 힘을 증진하는 데 있어 시급히 뽑아야 하는 썩은 뿌리임을 누구나 공감하는 바일 것이다.
세계는 이미 다극화 시대로 접어들었다. 세계 유일의 패권국으로 보이는 미국도, 이제는 내부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는 데 철저히 실패함으로써 아메리칸 드림이 허상임이 분명해짐에 따라 리더십을 잃고 좌충우돌하며 표류 중인 현실이다. 그 시대적 사생아가 바로 트럼프 아니던가!
이렇듯 흔들리는 미국을 맹목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 대한민국의 상황이 웃기지 않은가? 사드 배치 사안에서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전쟁 불사’와 같은 주장에도 주체성 없이 끌려다니는 대한민국의 모습이 안타깝지 않은가. 이러다가 미국의 트럼프와 일본의 아베에 대한 정치적 활로를 활짝 열어주는 멍청한 나라로 전락할까 두렵기만 하다.
따라서 작금의 상황들을 훑어보았을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대한민국의 국제무대에 대한 존재감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것이다. 재정적으로 열악한 북한마저도 ICBM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데 성공해내는 등, 어떻게든 국가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미국과의 충돌도 불사하면서까지 활로를 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재정적으로도 풍족한 우리의 국방은 스스로도 온전치 못한 채 미국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우리의 역량을 살려 나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지금의 국제 정세에서, 대한민국 최선의 자주적 노선을 찾기 위해 매진해야 할 때가 아닌가? 그래야만 미국뿐만 아니라 북한, 중국, 러시아에 대해서도 강한 존재감이 생기게 되는 것 아닌가?
사드에 대한 현 정부의 결정만 보더라도 착잡한 기분이 듦은 어쩔 수 없다. 국제정치의 엄혹한 현실이라고 말하기에는, 지금의 한국은 미국의 치마폭에만 감싸져 외부정세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만 들 뿐이다.
설마 지금도 ‘전시작전권 환수’나 ‘자주국방론’을 말하면 빨갱이로 분류되는 그런 세상은 아닐 것이다. 그저 당당한 대한민국을 보고 싶을 뿐이고, 강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고 싶을 뿐이니 자주국방을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