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도시에서 장소를 발견한다는 것은, 그것도 의미 있는 장소를 발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는 도시란 ‘기억으로 넘쳐흐르는 파도에 스펀지처럼 흠뻑 젖었다가 팽창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도시를 이해하고 바라보는 방식을 도시는 과거를 스스로 말하지 않기 때문에, 거리 모퉁이, 창살 등 소용돌이치는 모든 단편들에 긁혀 있는 도시의 기억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도시재생은 곧 도시 디테일과 뭇사람들의 일상생활, 이를 실어오는 과거 흔적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는 것처럼 하나하나를 엮고 이어갈 때 가능하다.
공간은 도시에서 여전히 만남과 교환과 유희의 가능성을 제공하고, 나아가 ‘다른’ 사용과 실천, 저항과 전복의 기능성을 내장하고 있다. 공동체 공간 구축이야말로 이에 해당할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도시재생의 실천일 것이다. 한 예로 공동체 공간 안에서 예술의 경우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생활의 문제를 문화예술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문제 해결형’, 이는 지역 간의 문제나 지역 이기주의와 같은 문제를 문화예술의 개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참여자 역시 가족 단위, 노인, 어린이 및 청소년 등 각 계층이 함께할 수 있도록 배려함으로써 가족의 소통 및 세대 차이의 극복 등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공동체 공간의 확충은 성공적인 문화도시를 위한 기본적이고, 도시재생의 당연한 과제임이 분명 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도시는 수많은 장소와 다양한 사람들의 삶으로 엮어진 곳이다. 그래서 우리네 삶은 다른 사람과 어울려 함께 살아야 한다. 우리 조상들은 두레ㆍ계ㆍ품앗이로 이타적인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나와 다른 생각과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진 이들과 함께 사는 건 쉽지 않다. 짜증 나는 일도 많고 심하면 서로 언성을 높이며 다투기도 한다. 그래서 이웃과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다. 같은 동네에 살면서도 이웃과 마주치는 게 불편해지면 함께 사는 삶과 거리가 먼 혼자만의 삶으로 남는다. 불편해진 삶에서 희망이나 나눔, 관심이나 배려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어떻게 하면 서로 다른 이들이 함께 어울려서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세계화와 개인주의의 극단을 왕래하며 아직도 마을과 공동체 정신이 없는 건조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니지 한번 돌아볼 때이다. 막스 베버(Max Weber)가 이르길 “도시는 물질적 집합체가 아닌 정신적 집합체”라고 했다. 도시는 구조물이 아니라 다양한 공동체가 서로의 존재를 지탱해주는 문명의 백화점이 돼야 한다.
문명의 백화점이란 자신만을 위한 배타적인 삶을 함께하는 삶으로 바꿔 가는 일, 함께 하는 삶을 통해 동네의 버려진 생활공간을 다시 살려내는 일, 함께 하는 생활공간을 통해 모두 하나 돼 ‘행복한 동네’로 바꿔 가는 일이다. 공동체 만들기는 정해진 틀 안에서 획일화돼 가는 도시의 무개성(無個性)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며, 다양한 세상살이의 개성을 찾아내 매력 만점의 생활공간으로 가꿔 나가는 ‘우리 동네 만들기’이다. 동네 만들기의 바탕은 ‘공동체’이다. 이는 개인의 삶과 현실적인 이해관계의 지나친 집착에서 벗어나 자신과 다른 생각ㆍ다른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즉 공동체적 삶을 살기 위해서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삶을 인정하는 일이다. 개개인의 개성적인 삶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삶을 인정하고 그들삶의 가치와 함께 공유하는 사회적 삶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평범한 일상생활을 담은 도시가 살고 싶은,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너’, ‘나’ 그리고 ‘우리’가 함께 살 수 있는 삶의 도시ㆍ동네ㆍ공간을 가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