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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창업, 최선인가 차악인가
청년 창업, 최선인가 차악인가
  • 정원영
  • 승인 2017.09.25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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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영 인제대학교 교수ㆍ창업교육센터센터장 / PRIME사업단

 지난주 금요일 전국에 계신 대학창업교육 관련자분들이 모여 ‘대학창업교육의 방향’에 대한 주제로 포럼을 가졌다. 그 열기가 뒤풀이까지 이어졌다. “유니콘기업 164개의 평균 연령이 32세이며, 25세 이하가 21명이고, 재창업자가 42%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오직 쿠팡의 김범석 대표 뿐”이라는 애매모호한 대상에 대한 비판은 A+ 소고기의 유혹이 너무 강해 넘어갈 수 있었으나 “미국 공대 졸업생의 1~10등은 창업을 하는데, 우리 학생들은 취업을 못 하면 창업을 한다”는 말에 결국 “어! 저 미국 시민권자이고, 실리콘밸리 대기업에서 임원도 했는데 아니던데…”라고 대답했다. 그쯤에서 끝냈으면 좋았으련만,“근데 교수님 자제 분이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1등으로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합격했는데, 창업한다면 허락하실 건가요?”라는 사족(蛇足)이 나의 혀를 미각의 즐거움에서 의도치 않게 ‘대한민국 대학창업교육의 미래’라는 난상토론의 장으로 빠뜨려버렸다.

 지난주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일은 “광주전남연구원의 청년 창업ㆍ창직 활성화를 위한 혁신 기반 인프라 구축 방안 보고서에 의하면 광주시가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원한 325개 기업 중 152개가 폐업을 했다. 광주시의 청년창업 기업생존율이 53%에 그친다(올해 9월 20일 연합뉴스)”라는 신문기사였다. 더 놀라운 것은 ‘청년기업생존율 3년 차가 62.2%, 5년 차가 24.3%’라는 것이다. 학부 전공이 물리학인지라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고민을 하다 대략 계산을 해 보니 창업 자금은 대부분 대출 또는 지인에게 빌렸을 것이고, 1인당 5천만 원을 빌렸다고 가정하면 폐업 후 다행히 직장을 구한다면 균등상환으로 무이자라고 생각해도 100만 원씩 50개월은 갚아야 하며, 만약 직장을 못 구한다면 상상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 닥친다. 근데 이러한 문제가 과연 광주시만의 문제겠는가. 결국 청년 창업이라는 광풍에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지금도 그 빚을 갚으려 고생하고 있으며 또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고 있을까. 너무 잘 아는 분들이기에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의 도발적인 질문에 변명으로 일관하지 않으셨나 생각해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창업을 취업의 대안으로 생각하는가?’를 생각해 본다면 “창업기업이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3%에 불과하나 신규 일자리 창출은 약 20%를 창출한다(올해 9월 13일 한국경제)”라는 기사를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지난 2002년부터 2011년간 창업 후 5년 이내의 젊은 기업의 평균 신규 고용률은 평균 2.87%로 일자리 순증가의 대부분을 차지(2013년 OECE 자료)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역시 창업기업들이 신규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볼 때 창업이 일자리 창출을 견인한다는 점은 자명하다. 다만, ‘창업이 취업의 대안인가?’라는 점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청년 실업자 수 50만 명에 청년실업률이 지난 1999년 이후 최대치인 9.4%(올해 9월 13일 한국경제)인 현실과 15~29세 근로자의 37%가 전공과 일자리가 불일치한 경험 (OECD 한국경제보고서, 2016)이 있고 고학력 구직포기자 비율이 24.8%인 점을 볼 때, 창업을 취업의 대안이 아닌 또 하나의 선택으로서 바라본다면 ‘고급 일자리 창출의 및 사회 전반을 이끌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한창 달걀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달걀이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계란 후라이가 될 수도 있고 병아리가 될 수도 있다. 교육도 달걀을 병아리로 만드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매우 자명한 일일 것이다. 덜 실패하는 방법,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작 할 수 있는 사회 구조, 창업을 대안보다 선택으로 인정하는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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