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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그림자
스승의 그림자
  • 김명일 교육행정부장
  • 승인 2017.09.28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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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일 교육행정부장

 ‘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선생님께 받은 은혜가 하늘 같고, 우러러볼수록 높고,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다. 스승의 은혜는 학생에 대한 선생님의 지극한 관심과 사랑일 것이다. 제자를 돌보는 관심과 사랑, 존경심을 그림자로 표현한 것이다. 과거 선생님들은 점심을 거르는 아이에게 도시락을 건네고 자신은 수돗물로 배를 채웠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 다른 선생님은 도시락을 두 개 싸서 하나는 자신이 먹고, 하나는 제자에게 건넸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도 전해진다.

 교육환경이 많이 변했다. 스승과 제자 간 정도 예전 같지 않다. 제자가 수업시간에 만든 종이 카네이션 한 송이도 반장 외는 선생님께 전하기 어렵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스승의 날에도 학부모나 학생들이 카네이션 한 송이도 전달하지 못하는 세상이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학부모와 교사 간 사이도 삭막해졌다. 학교행사 후 학부모가 학생들과 교사에게 피자, 햄버거, 콜라 등 간식을 제공해도 안 된다.

 그림자 없는 스승도 있다.

 최근 도내 A 초등학교를 포함한 경기 여주 B 고등학교, 전북 부안 C 고등학교 등 교사의 학생 성범죄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 논란이 되고 있다. 성범죄는 어떤 분야에서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특히 교직 사회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다른 어떤 부분보다도 모범이 요구된다. 가르치는 일이 교육환경 변화에 따라 예전 같지 않다. 그러나 아직도 교육현장에는 열정적으로 제자를 가르치고 헌신하는 참 스승이 그릇된 교사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스승의 그림자가 옅어지고 있다.

 교권은 교사의 가르침 영역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과거 교권은 불가침의 영역이었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는 다 같다는 뜻이다. 학생도, 학부모도 선생님의 역할을 성역으로 존중했다. 스승의 그림자는 금을 밟아서도 안 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매년 교권 침해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스승의 그림자가 옅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 3월 교총이 발표한 ‘2016년 교권 회복 및 교직 상담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사례 건수는 총 572건으로, 10년 전인 2006년 179건에 비해 300%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권침해사건은 2000년대 중반까지 100건대였다가 2007년 204건이 접수되며 처음으로 200건대를 넘겼다. 이후 2012년 335건으로 300건대를 넘기 시작해, 2014년에는 439건으로 400건대를, 지난해인 2016년도에는 572건으로 거의 600건대에 육박하는 등 7년 연속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교권 침해 사례가 매년 급증하자 지난 2015년 국회에서 교권보호 법률안이 제정됐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권보호법)은 학생 등에 의한 교원 폭행ㆍ모욕 등 교권 침해 시, 교육감이 정하는 기관에서 보호자 참여하에 특별교육이나 심리치료를 받도록 하고, 피해 교원의 상담 등 치유에 필요한 전문 인력과 시설을 갖춘 기관이나 단체를 교원치유지원센터로 지정하고 운영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스승은 없고 어두운 그림자만 남았다.

 최근 도내에서 여고 교사가 몰래카메라로 제자들의 탈의 장면을 엿보려다 발각된 일이 있었다. 이 교사는 첨단 영상 기자재 테스트를 위해 설치했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났다. 결국, 징계위원회에서 해임됐다. 또 초등 여교사가 제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건도 있었다. 도내 한 초등학교 30대 여교사는 같은 학교 고학년 남학생과 수차례 성관계를 했다. 여교사는 교실과 차 안에서 제자와 밀애를 즐겼다. 해외토픽에서나 보던 일이 도내 학교에서 발생했다. 이 여교사는 “서로 좋아서” 성관계를 했다고 했다. 정상적인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다. 이 여교사를 스승이라 할 수 있을까. 이 남학생은 평생 지울 수 없는 스승의 어두운 그림자에 갇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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