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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수거도 경쟁… 약자 배려 풍토 절실
폐지 수거도 경쟁… 약자 배려 풍토 절실
  • 경남매일
  • 승인 2017.10.1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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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중국 택배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택배 박스를 만드는 재료인 폐지 수요도 급증했다. 이 때문에 국내 제지업계가 폐지 매입 단가 인상에 나서면서 폐지 가격이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해 9월 1㎏에 82원 하던 폐골판지 가격이 지난달 149원까지 치솟았다. 1년 사이 무려 80%가 넘게 오른 것이다. 폐신문지도 같은 기간 154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0% 이상 인상됐다.

 이 같은 폐지 가격 인상은 폐지를 주워 생계를 잇는 노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처럼 여겨지지만 실상은 달랐다. 극심한 경제 불황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폐지 줍기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면서 폐지 줍기도 과열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일부 수거 꾼들은 새벽 시간대 트럭까지 동원해 주거지 일대를 돌며 폐지를 모으기도 했다. 이 때문에 폐지를 줍던 노인들이 뜻하지 않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노인들은 온종일 거리를 누비며 힘겹게 폐지를 거둬들이고 먼 길을 운반해 고작 1만 원 안팎의 돈을 손에 쥐었다. 그나마 지난해까지 하락세를 지속하던 폐지 가격이 올해 초부터 조금씩 오르는 것이 위안거리였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불편한 몸으로 고작해야 작은 손수레에 의존하는 노인들이 폐지 경쟁에서 이기기 쉬울 리가 만무하다. 폐지값이 올랐지만 온종일 거리를 누벼도 예전만큼의 돈벌이도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어려워진 경기가 수거 과열 양상까지 만들어 냈다며 이들을 탓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사회적 안전망 확충이나 노인 복지제도 확대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으면 이들의 생계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와 더불어 사회 약자를 배려하는 풍토 조성도 절실하다. 일부 대형마트가 제품에서 나오는 골판지 박스를 업체에 위탁해 이익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은 물론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자 너도나도 폐지 수거에 열을 올리는 것은 나보다 어려운 사회 약자를 먼저 생각하는 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려울수록 주변을 돌볼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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