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20 08:18
최종편집 2018.1.19 금 09:28
경남매일
뉴스 기획ㆍ특집 사람&사람 오피니언 교육소식 투데이+ 커뮤니티
인기검색어 : 김해시, 경남과기대
자세히
  •  
> 오피니언 > 구지봉
     
지금 정치가 해야 할 일
2017년 10월 12일 (목)
김혜란 hfree2821@naver.com
   
▲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 TBN ㆍ창원교통방송 진행자

 아무리 명절이라 해도 떨어져 지내던 가족이 한 공간에 모여 열흘씩이나 함께 보내는 일은 드물었다. 마냥 좋은 가족도 있겠지만 부작용도 있다. 가족들이 똘똘 뭉쳐서 함께 있는 시간이 길면 어느 시점까지는 감정관리도 되고 서로의 관계를 원만히 유지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함께 있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참지 못하거나, 잊혀져 가던 생활의 민낯(?)도 마구 노출시켜 명절 연휴 풍경에 불협화음도 생긴다. 당연한 일인 것이, 한집에서 평생 함께 산 사람들도 늘 아웅다웅이지 않는가. 하긴, 말 전쟁 수위를 자꾸 높이는 지도자들을 지켜보는 불안함이 더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는지도 모른다.

 70, 80년대 명절 풍경 이야기를 추석 특집방송으로 해 보니, 그 시절 명절용 가족 놀이는 영화 보러 극장가는 일이 최고였다. 특수를 노린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했고, 인기가수의 리사이틀이나 쇼 역시 같은 공간인 극장에서 이뤄졌다. 올 추석, 그 시절 명절놀이를 즐긴 가족도 많았다. 텔레비전에서도 추석 특선영화를 방영했지만 사상 초유의 긴 시간을 함께 있는 일에서 부작용을 감지한 성인 절대다수의 가족들은 가장 손쉬운 탈출구로 극장을 찾았다. 러닝타임 2시간이 넘는 김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남한산성’은 명절 초반에 예매율 1위였다.

 사람들은 영리하게도 영화 속에서 자신의 처지와 유사한 장면이나 그런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 많을수록 그 영화에 대해 입심과 박수를 함께 보낸다. 특히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입장대로 영화를 해석해서 일갈하고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영화 ‘남한산성’은 올 명절에도 정치인들을 홍보맨으로 쓴 것 같다. 여당 야당의 정치인들은 영화 ‘남한산성’이 예매율 1위 자리를 내어 준 지금까지도 꾸준히 영화를 본 뒤 아전인수격의 평과 정적들을 향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영화를 재료 삼아 언론을 통해 쏟아내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택시 운전사’와 ‘공범자들’, ‘김광석’ 등 역사적 사실이나 실제 사건이 소재인 영화들이 관객들을 모았고, 극영화로는 두 번째로 ‘남한산성’이 사람들을 끌고 있다. 일단 ‘남한산성’은 김훈의 원작과 함께, 모두 역사적 사실은 아니다. 인조 때의 병자호란이 배경이다. 청나라는 조선에 명이 아닌 자신을 섬기라며 사신을 보냈고, 인조는 전국각지에 청과의 전쟁을 대비하라는 교서를 내리지만 그것이 청나라의 손에 들어갔다. 드디어 청은 추운 겨울, 압록강을 건너서 조선으로 진격했고, 미처 강화도로 가지 못한 인조와 대신들은 남한산성행을 택해 47일간의 버티기가 시작됐다. 영화 ‘남한산성’에 갇힌 국가 지도자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백성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두 세력이 서로 국운을 저울질하며 다퉜다. 바로 척화파와 주화파의 대결이다. 청과 싸워서 자존심을 지키자는 척화파와 청을 구슬리며 백성을 지키자는 주화파였다. 그러니까, 숭명배청의 대의명분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김상헌과 백성들을 살리고 왕실을 지키기 위해서는 청에 무릎도 꿇을 수 있다는 최명길은 자신만의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이는 인조를 계속 흔들었다. 결국 강화도에 있던 봉림대군과 왕비가 위험해지자, 인조는 청에 항복하고 땅바닥에 머리를 찧는다. 영화 속에서 김상헌은 할복하지만, 역사적 사실로는 사람들이 보는 자리에서 목을 매달다 저지를 당해 죽지 않았다. 척화론을 강하게 주장한 탓에 청나라에 끌려가 심양감옥에 갇히고, 화친을 주장한 최명길 역시, 명나라로 보낸 외교문서로 인해 심양감옥에 갇히는데, 두 사람은 벽 하나를 두고 앉아 서로를 이해하게 됐다고 전한다. 둘 다 모두 나라를 위한 충정이었다는 결론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죽일 듯이 맞섰던 두 사람이 조선조정이나 남한산성이 아니라 감옥에서 서로를 이해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니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그들은 정치인이 아니라 백성으로 돌아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나 그때나 정치세력들이 얼마나 그들만의 원칙과 믿음을 백성이나 국민보다도 상위에 두고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진실이 거기 있다. 전쟁이 나거나 국민이 죽거나 상관없이 그들 세력만의 이데올로기를 지키려는 것이 정치세력이라는 확신이 들게 만든다.

 정치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전쟁을 막고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는 일이 정치와 정치인들이 목숨을 걸고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이데올로기다. 자신들만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이데올로기의 감옥에 갇힐 때, 죽어 나가는 것은 백성이고 국민이다. 국민은 살고 싶다. 또한 불안에 떨지 않고 가끔씩이라도 편히 잠들고 싶다.


김혜란의 다른기사 보기  
ⓒ 경남매일(http://www.gnmaeil.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광고단가표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소 : 김해시 외동 금관대로 1125 6층|우편번호 : 50959|대표전화 : 055)323-1000|팩스번호 : 055)323-3651
Copyright 2009 경남매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gnmaeil.com | 청소년 보호 책임자 : 정창훈
본 사이트에 게재된 모든 기사의 판권은 본사가 소유하며, 발행인의 사전 허가 없이는 기사와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