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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의 공격성과 성의 문제
청소년기의 공격성과 성의 문제
  • 이유갑
  • 승인 2017.10.12 2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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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갑 (사)지효청소년인성교육원 이사장 전 경남도의원ㆍ심리학박사

 요즘 경남의 초ㆍ중ㆍ고등학교 현장을 다니면서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 강의의 내용에 귀를 기울이는 학생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학교폭력의 양상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아니 할 수 없다. 최근 들어 다양한 유형의 학교폭력이 학교현장에서 거의 일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요한 하나의 특징으로서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이 되기도 하고, 피해 학생이 때로는 가해 학생이 되기도 하는 현상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눈만 뜨면 인터넷이나 스마트 폰을 통해 청소년들의 성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적나라한 유혹들이 넘쳐나고 있다. 청소년들이 매일 사용하는 언어는 나날이 거칠어지거나 꼬여가고 있으며, 폭력 행동에서 남녀 간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사회현상을 불러오게 한 여러 원인들을 찾아봄으로써, 더 늦기 전에 우리의 청소년들이 이 시기를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공격성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온 본능(Instinct)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Freud)는 자신의 ‘수력발전 댐 이론(hydrauric model)’에서 공격성이나 성과 같은 인간의 생리적 욕구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방출(discharge)되지 않으면 전체적인 심리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본능이라 함은 경험이나 학습과는 상관없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필요하면 나타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인간에게는 타나토스(thanatos)와 같은 파괴적, 공격적 본능도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인간의 공격성은 선천적인 본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동물행동학자들은 본능이라는 다소 애매모호한 표현보다는 종 특유의 행동(species- specific Behavior)이라는 좀 더 잘 정의된 용어를 사용했다. 종 특유의 행동은 유발 자극이 있으면 반드시 나타나는 것으로서, 그 종에게서만 나타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진화된 종족일수록, 특히 인간의 경우에는 인간에게서만 나타나는 종 특유의 행동은 별로 남아 있지 않지만, 공격성은 아직도 본질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공격성은 타고난 본능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자라난 환경조건에 의해서도 변화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남자들의 공격적인 행동을 절실하게 필요로 했던 원시 수렵시대에는 공격성은 곧 용맹을 의미했기에 대체로 사나운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현대사회에서도 공격 행동을 정당화시키거나 미화시키는 분위기에서 자란 남자아이들의 공격성향은 대체로 높은 편이며 자신의 공격 행동에 대한 죄책감이 덜하기 마련이다.

 아울러서 공격적인 행동이 보상을 받거나 묵인되는 환경에서는 아이들의 공격성향과 공격 행동이 증대되는 반면에 공격 행동이 결코 용납되지 않거나 죄악시되는 여건에서는 아이들의 공격성향과 공격 행동의 정도는 줄어든다는 것이 보편적인 연구의 결과들이다. 이를 모델링 효과(modelling effect)라고 하는데, 가정이나 학교의 교육에서 어른들이 유념해야 할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가 자녀들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체벌을 주로 사용하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부정적인 모델링 효과에 의해서 또래 아이들보다 공격적인 성향이나 행동이 두드러진다는 연구 결과들은 중요한 참고자료이다. 모방범죄가 일어나는 주된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좌절-공격 이론’을 들 수 있다. 이 이론은 미국 예일 대학의 심리학자들에 의해 제안된 것으로서 인간은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가 좌절되거나 강한 상황의 압력에 부딪히게 되면 공격적이 된다는 것이다. 좌절이나 압력에 의해 유발된 공격성이 자신의 내부로 향하면 자기 학대나 우울증으로 나타나고, 외부로 향하면 자신을 힘들게 한 상대나 단순히 지기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공격적 행동으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지나친 경쟁에 따르는 필연적인 결과로서 우리 청소년들이 현재 겪고 있는 심각한 좌절과 낮은 자존감이 비뚤어진 성적, 공격적 욕구 충동으로 발산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부모나 교사들이 청소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고, 좌절감과 상처를 보듬고 안아주려는 따뜻한 마음이 매우 효과적인 대처 방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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