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인 시절을 잊기로 했다
살아서
움직이지 않는 것들을 거부하며
돋아나는 거짓을 솎아 냈다
허영으로 치장된 겉치레는
헐벗은 허수아비 아랫도리를 감싸줬다
허공을 치솟는 새들
눈부신 그림자는 찔레넝쿨 울타리에
빗질을 했다
흩날리는 깃털 아래
해맑은 풀벌레 울음이 일어서고
거추장스런 부리들의 그늘은
울타리 밖에서 나뒹굴었다
우리는
서로가 저지른 서툰 생을 즐거워하며
익숙했던 흔적을 감췄다
혼란스런 하루의 행복을 마다하고
어둠에 갇힌 풀잎들의 몸부림처럼
불행 또한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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