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8:51 (금)
건강한 가지치기
건강한 가지치기
  • 이주옥
  • 승인 2017.10.17 2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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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옥 수필가

 흔히 자식 키우는 것을 농사와 비유한다. 아마도 어린아이를 키워 성년이 돼서 독립시킬 때까지 정성 들이는 것이나 씨 뿌리고 물주며 한 해의 식량을 만드는 농사나 모두 키우고 가꿔서 성과를 이룬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그렇게 비유하는지도 모르겠다. 한 해의 농사는 한 해의 풍요로움이면 어느 정도 만족하며 다음 해를 기약하면 되지만 자식 농사는 오랜 시간과 끝없는 케어를 지속해야 하고 그 성과가 자자손손 이어지기 때문에 자식 농사의 중요성과 영향은 지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하게 지은 자식 농사야말로 인간이 이루는 가장 거룩한 성과물인지도 모른다.

 가끔 신문을 통해 유명인 즉, 기업인이나 정치인, 그리고 연예인들의 자녀들이 일으킨 사건들을 접하게 된다. 선행도 있지만 대부분 국민들의 원성을 사고 부모들의 입지에 영향을 끼치는 좋지 않은 사건들이다. 폭력, 폭행, 마약, 성추행 등 다양하다. 유명인들은 그들이 누리는 특혜나 권세가 국가나 국민에게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그 책임을 더하며 비난을 더 받는지도 모르겠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고 했다. 큰일을 하려면 우선 가정이 안정돼야 하고 또한 건실한 가정을 지키는 사람만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재목이 된다고 믿기에 일찌감치 생겨난 말일 것이다. 하지만 철없는 자식들은 종종 부모의 뜻에 위반한 사고를 치는 것으로, 거룩하고 숭고한 대의로 열심히 일하는 자랑스러운 아버지를 하루아침에 뭇사람들 앞에 고개 숙이게 만드는 불경을 저지른다.

 사람들은 유명인들의 사생활에 유난히 민감한 반응을 하고 신랄한 평가를 하며 가차 없는 철퇴를 가한다. 어느 유명인 자녀의 사고 소식이라도 들려오면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으며 그의 주변에 불리한 여론과 조건을 형성하고 그동안 쌓아온 명예와 성과를 무너뜨린다.

 자식은 부모의 그림자라고 한다. 특히나 아버지에게 자녀들의 행실은 특히나 크게 영향을 끼친다. 국가 요직에 출마하는 아버지를 헤집어 자진 사퇴하게 만들었던 일부터 시작해서 한창 상승세를 타던 정치인의 아들이 성추행 사건을 저질러 아버지의 공든 탑을 무너뜨렸던 일 등이 일례다. 그땐 청소년기 자녀들이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는 상황 따위는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 그에 따른 책임은 철저하게 유명인인 아버지에게 돌아가 하루아침에 그동안 누리고 지닌 것들을 놓아야 했던 일이 얼마나 많은가. 한편, 자식의 선행과 조용한 응원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에게 엄청난 힘이 되는 일도 많다. 특히 선거철에 보여주는 자식들의 행보는 크게는 당락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까지 한다. 그때 옷섶에 다는 황금빛 배지나 팔뚝에 두르는 완장은 더 빛이 나고 힘을 발휘한다.

 세상에는 언제나 양면이 있고 양극이 있다. 부모와 자식 간도 마찬가지다. 스며드는 공기와 물처럼 사부작사부작 부모의 정기를 먹고 튼실하게 자라서 부모의 면을 세워주는 자식이 있는가 하면 불면 날아갈까 쥐면 부서질까 애면글면 정성껏 키워도 부모의 정성을 외면하고 엇나간 자식이 있는 것이 인생이니 이래저래 자식 농사는 쉽지 않다.

 세상에는 내 맘대로 안 되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바로 자식, 골프, 주식이란다. 그중 가장 난제가 자식이라고 입을 모으는 것만 봐도 원하는 대로,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 첫 번째가 자식인 것 같다. 자식 잘못 되라고 일부러 방치하며 키우는 부모 없을 것이고 부모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사고 치는 자식 없겠지만 때론 서로의 애물단지가 되는 부모 자식. 그게 엇갈린 천륜의 허물이 아니고 무엇일까. 사고를 친 자식을 둔 부모는 온몸을 굽히고 혼신을 다해 국민들 앞에 사과한다. 그것을 바라보는 당사자 자식은 어떤 마음일까.

 유명인은 일반인보다 누리고 부리는 일이 많다. 하지만 그만큼 일상적인 행보도 자유롭지 못하며 책임감도 크다. 자식의 모습이나 행실이 부모의 또 다른 이름이 된다면 보다 무거운 사명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보이고 드러나는 행보도 중요하지만 안으로 내 집안과 자식을 관리하고 단속하는 일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천륜으로 이어진 끈끈한 부모 자식이 어느 한순간의 허물로 서로의 인생에 걸림돌이 되는 관계는 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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