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절없이 흘러온 바람 같은 세월이다
울며불며 산 저편으로 가버린 구름이다
비에 젖은 나뭇잎도 서러워
눈물을 뚝뚝 흘린다
눈물은 흘러, 흘러서 길을 내고
길 따라 아슴프레 다가오는
촉촉한 얼굴 하나
물처럼 바람처럼 흐르고 나부끼다
심곡으로 빠져든다
산곡에 와서 나는 비를 맞는다
남은 것은 세월의 이끼 같은 것들
내게서 떠나가버린 것들에 대한 무정함도
온몸으로 보듬어보지만
무심히 허물어질 수 없는 마음이기에
모질게 산곡에 와서
억수같은 비를 맞는다
따옴시는 화자의 심정을 의인화해 심도 있게 표현했고 관념의 정서와 융합의 이미지를 풀어냈다. ‘모질게 산곡에 와서’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유추하게 된다.
<안태봉 시인>
시인 약력
ㆍ(사)부산시인협회 이사장
ㆍ(사)부산장애인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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